[OECD 보고서 살펴보니… 경제·지리적 특성따라 국가별 단가 달라]
원전 - 한국, 1㎿h 생산에 28달러… 美·日·英의 반값 수준
태양광·풍력 - 땅값 비싸고 일조량 적어 美보다 건설비 2~4배
LNG - 원전의 4배… 전량 수입하는 일본과 비슷한 처지
"미국은 2022년이면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발전 비용이 비싸진다." 청와대가 지난 27일 '탈원전, 에너지 세대교체가 필요한 때'라는 홍보물을 통해 내놓은 주장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올 초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했는데 결국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도 전기요금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는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 명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NEA)와 IEA(국제에너지기구)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풍력·태양광 발전 비용은 원전보다 4배가량 비싸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은 태양광이 싸고 원전이 비싸지만 한국은 반대다"면서 "나라마다 구조가 다른데 미국 사례를 짜깁기해 한국도 그런 것처럼 왜곡했다"고 반박한다. 이 보고서는 2015년 발간됐으며 2020년 운영에 들어가는 전 세계 181개 발전소 발전 단가를 분석했다.
◇한국은 원전 싸고 태양광·풍력 비싸
정부는 미국 자료를 인용, 원전이 더 이상 싼 발전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OECD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원전 발전 단가가 ㎿h당 28.6달러로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나와 있다. 미국(54.3달러)은 우리보다 2배 비싸다. 발전 단가에는 설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발전 운전·유지 보수비, 연료비, 해체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처럼 나라마다 발전 단가가 차이 나는 이유는 발전 설비 건설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다르고 경제·지리적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원전 발전 단가는 건설과 운전·유지 보수 비용에 좌우된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비는 ㎿h당 평균 10.4달러로 미국(30.8달러) 3분의 1 정도다. 발전 용량 2.8GW인 신고리 5·6호기 건설비는 8조원인 반면, 2.4GW인 미 보글 원전 3·4호기는 32조원을 웃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매년 1기꼴로 원전을 지어온 노하우가 있어 건설 비용을 낮추고 있다"면서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원전을 짓지 않다 보니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비용이 비싸진 것"이라고 말했다.
육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 단가도 설비 건설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토지 비용 등을 포함한 건설비가 미국보다 2~4배 비싸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패널 자체는 가격이 비슷하지만, 일조(日照)량이나 일조 시간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차이가 크고, 미국은 발전용 부지가 싸다 보니 발전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NG 발전으론 원전 대체 쉽지 않아
탈원전을 해도 신재생에너지나 LNG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OECD 보고서에서 나온 2020년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를 보면 낙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는 115달러로 미국 2배에 달한다. 원전과 비교하면 4배다. 우리 LNG 발전 시설 건설이나 운전·유지 보수비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발전 단가가 미국보다 비싼 건 원료비 때문이다. 우리나라 LNG 발전 원료비는 ㎿h당 95달러로 전체 발전 단가의 82%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 LNG 연료비는 우리나라 절반도 안 된다. 우리는 LNG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 원료비가 비싸다. 발전 단가도 LNG 국제 가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원전·석탄 발전 단가는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LNG 발전 단가는 2배 올랐다. LNG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미국엔 셰일가스가 풍부하니 상대적으로 LNG 발전 비용이 싸고, 우리나라는 기업들 원전 보유 기술이 좋으니 원전 발전 단가가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보고서는 "2010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원전 발전 단가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원전 발전 단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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