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출

[특별기고] 그릇된 공포에 에너지의 미래를 맡기려는가

CKwon 2017. 7. 22. 16:24


'완벽한 안전'은 허상일 뿐… 원전 백지화로 가기보다는 

안전기술 개발과 규제 강화로 위험 낮추는 게 바른 방향 
정부는 국민 불안 해소 위해 투명성 높이는 노력 기울여야

나는 최근 서울을 방문해 미국 내 에너지 전문가 그룹의 서명을 담은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서한의 요지는 간단 명료하다. 한국의 번영과 환경보호를 위해 원전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나는 인생 대부분을 반핵(反核) 운동에 바쳤다. 주위의 환경운동가들은 내게 '원자력은 공포'라는 편견을 심어줬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스리마일 섬(TMI) 원전 사고가 나기 12일 전에 반핵 영화인 '차이나 신드롬'이 개봉했다. 영화는 성공했고 이후 미국 최고의 록 그룹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반핵 콘서트를 열었다. 탈핵(脫核)은 시대의 유행이자 코드가 됐다. 버섯구름이 그려진 당시 포스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반핵 행동가였던 나는 핵폐기물 저장소가 캘리포니아에 들어서는 것을 막았고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꾸준히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 공약으로 "향후 10년간 재생에너지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을 땐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다. 태양광발전으로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바뀌기까지 그 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에너지원(源)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밀도는 화석연료와 우라늄보다 턱없이 낮다. 게다가 발전을 위해 넓은 땅과 막대한 천연자원이 필요하다. 원전 1기(基)와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 설비단지(Solar Farm)는 원전의 150배, 풍력발전소는 750배의 땅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 좋은 사막 지대가 많은 내 고향 캘리포니아에서조차 "땅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내 원전을 태양광으로 모두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의 5배 넘는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전체 발전량에서 태양광(1%)과 풍력(0.3%)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째서 미미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탈원전과 함께 한국이 지난 60년간 쌓아올린 원자력 기술은 중국에 유출될 것이다. 이미 중국은 한국 원전 기술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원전 산업의 공급 사슬이 무너지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같은 기술 및 운영 노하우 수출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한국 대통령이 "삼성·현대·LG가 안전하지 않다"고 선언한다면 어느 누가 그들이 만든 제품을 사려 하겠는가? 이후 원전을 지으려면 중국 또는 러시아를 찾아야 한다. 자유 진영 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16일 오후 울산 울주군 신고리5·6호기 건설현장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김종호 기자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한국인의 두려움을 이해한다. 하지만 원자력을 화석연료나 천연가스로 대체할 수는 없다. 석탄은 대기오염의 주범이고 천연가스는 가격이 비싸다. 원자력을 천연가스로 모두 대체하려면 연간 100억달러가 든다. 발전소를 짓는 데만도 2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더 나은 규제와 기술의 혁신이다. 지난 40년 동안 원전이 가장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원전에 대한 그릇된 공포와 미신을 타파해야 한다. 반핵 단체들이 원전 공포를 조장하는 데에는 금전적인 이유가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자 중 일부는 반핵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NGO)에 운영비를 지원한다. 미국 내 주요 반핵 단체들은 모두 메이저 석유회사에서 연간 100만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받았다.

완벽한 안전은 허상(虛想)이다. '위험 제로' 달성에 매달렸던 일본 정부와 원전 업계는 정작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탈핵(脫核)으로 100% 안전한 사회를 이루고 싶어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어떤 기술도 완벽하지 않다. 하루에 수천명이 자동차 사고와 의료 과실로 죽는다. 그렇다고 자동차와 병원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번 방한 때 한국인 수십명과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도 만났다. 반핵을 주장하는 이들조차 "무엇으로 원전을 대체할 것인가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탈원전보다 원전이 제대로 유지·관리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원전이 살아남기 위해선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한국 원전업계는 대중이 느끼는 공포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 원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시민이 활발히 참여하는 '공공의 관여(public involvement)'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한국의 원전 산업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이 문제를 숙고하기 바란다. 그릇된 공포가 가장 소중한 에너지원을 파괴하는 것보다 비극적인 일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0/20170720039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