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rrows

[스크랩] 미국에 있는 친구 Tom에게

CKwon 2006. 10. 19. 15:43
 

Tom에게


당신을 그냥 Tom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매우 익숙한 이름입니다. 


여기는 한국입니다.  정확하게는 대한민국입니다.  당신들 중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한반도에는 약60년 전에 나눠진 두개의 체제가 있습니다.  얼마 전 핵실험을 실시하여 온 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과 우리 대한민국은 대립과 공존의 양면성을 가지고 이웃하여 살고 있습니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들 사이의 구구한 관계는 아니기에 이 정도로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며칠 전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북한에서 핵실험을 실시하였습니다.  국제 사회는 많은 걱정을 표시하였고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다양하게 행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웃해 있는 우리의 입장은 더욱 당혹스럽고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미 55년 전에 한차례 전쟁을 겪은 바도 있습니다.  그 전쟁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은 더 이상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그 교훈을 지키기 위해 지난 세월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그러한 덕분에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도 큰 불안이나 동요 없이 일상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Tom,

저는 2001년 9월 11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CNN으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화염에 싸인 WTC로 날아가던 두 번째 비행기와 이어진 붕괴장면은, 너무나 실제적이어서 오히려 영화인 것 같았던 우리시대의 불행한 기록입니다.  눈앞에 생생한데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신과 다르지 않게 저도 제 친구들도 슬퍼하고 분노하였음을 아실 것입니다.  그 사건으로 희생된 3,021명의 희생자와 그 유족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모든 이에게 다시금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테러를 통하여, 그것도 아무런 이유가 없는 평범한 불특정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은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때문에 당신들의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을 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일년 뒤 당신들의 대통령 조지 부시는 유엔총회에서 이라크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보유의 의혹이 있다며 전쟁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더니 정확한 근거를 찾아내라는 국제사회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2003년 3월 역시 CNN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이라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TV화면은 때로 사람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놓습니다.  불꽃놀이처럼 진행되는 그 폭격을 바라보면서 몇 시간 내에 그 전쟁은 끝이 날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3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 시간동안 당신들과 우리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전쟁의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은 대량살상무기와 민간인에 대한 탄압 등 내세웠던 명분과는 달리 군수산업의 지속화, 중동 석유에 대한 지위 확보, 국방예산 증액 등이 숨겨진 이유라는 분석을 해왔던 터입니다.  언급되었던 군수산업, 정유업계, 국방관련업체에 어떤 이익이 돌아갔는지는 따지지 않더라도, 평범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Tom에게 그 전쟁은 어떤 혜택을 주었습니까?  보다 안전하게 거리를 다니고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까?  당신의 아이들이 보다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까? 


이미 그라운드 제로에서 희생당했던 숫자에 육박하는 당신들의 젊은이가 중동의 사막지역에서 희생되었고,  또 유엔의 공식발표에 따른 이라크 사람들의 희생은 전쟁 발생 후 매월 그 이상의 숫자에 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평화라는 거창한 주제에 앞서 당신과 나의 평화에 이러한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 동창생의 아이가 이라크에서 성조기에 싸여 돌아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반도를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실험도 많은 인과관계가 얽힌 결과이지만 이미 핵실험 사실이 드러난 현재의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제사회를 대변하는 유엔에서는 군사적인 방법을 제외한 제재방안을 의결해 놓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강력하게 북한에 대해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신들이 선출한 부시 행정부입니다.  이번에도 부시 행정부는 핵이 다른 나라나 세력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하고 있지만 북한의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폐쇄된 상태로 60년 동안 정권을 유지해온 김정일 체제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정권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굶주린 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형제, 자매이기에 그 절박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쟁이나 무력을 통한 방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우리는 인내하고 대화하고 조용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라 일컬어졌던 나라들이 어떠한 방법을 통해 개방과 국제세계에의 참여가 이루어졌는지를 기억하시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불과 몇십년 전 탁구 한 번 같이 치기 힘들었던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 오늘 당신 집안에 얼마나 많은지 한 번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이 그들과 전쟁을 통하여, 혹은 무력시위를 통하여 그것을 이루었습니까?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전쟁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속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감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시 2002년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지칭하여 ‘악의 축(axis of evil)’이라 지명하였습니다.  세 나라 중 어느 하나 혹은 순차적인 공격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이지만 그 당시 가장 우선순위가 ’북한‘이었으면 어찌되었을까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끔찍한 가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라크 내에서 부시행정부가 언급하였던 ‘대량살상무기 제조’의 흔적이라도 드러났으면 다음 행동이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예상했던 수개월 짧은 기간에 전쟁이 마무리 되었다면 또 어찌 되었을까요?


Tom,

이제 당신께 부탁하고자 했던 말을 하고 글을 맺고자 합니다.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는 당신의 자부심에 걸맞은 방법으로 당신들의 정부를 말려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땅을 직접적으로 침략하지 않았던 나라를 상대로 한 몇 차례의 전쟁에서 당신의 위대한 조국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점을 일깨워 주시기 바랍니다.  유일하게 당신들의 조국을 침략했던 나라가 어디였는지는 당신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신들의 정부가 무서워하는 단 하나는 유권자인 당신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이웃들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평화를 위하여 이 땅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쏟는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졌을 때, 구호를 넘어서는 ‘세계평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어젯밤 편안한 얼굴로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자고 있을 당신의 아이들에게도 평화가 깃들기를... God Bless you!


                                                                                                                  2006년 10월

 

<'블로거가 만든 뉴스'에 머릿기사로 소개된 것을 보았습니다.  감사 드리고, 정치포탈 '서프라이즈'에도 올렸음을 밝힙니다.>

출처 : 칼럼
글쓴이 : 담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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