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하면 부산이다. 해운대, 광안리 등 이름난 부산 해변은 인파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해변들을 조금만 벗어나도 부산의 바다 풍경은 달라진다.
자연 그대로의 해안과 작은 포구, 해안선을 따라 뻗은 해안도로, 호젓한 해변이 눈과 마음을 채운다. 부산의 동쪽, 기장(機張)군의 바다다.
기장에서 만나는 '새로운 부산'
'동해의 여운' 품은 41㎞, 여유에 품격 더한 리조트, 호젓한 매력의 해수욕장
이 여름, 부산으로 간다는 건 바다로 떠난다는 뜻이다. 리드미컬한 부산 사투리처럼 활력 넘치는 부산의 바다를 만나면 맹위(猛威)를 떨치는 더위도, 일상의 나른함도 말끔히 사라진다. 여름 하면 바다, 바다 하면 부산이다.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 송정 등 이름난 부산 해변은 지금 바다를 만끽하려는 인파로 가득하다.
이 해변들을 조금만 벗어나도 부산의 바다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높은 빌딩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해안과 작은 포구, 해안선을 따라 뻗은 해안도로, 호젓한 해변이 눈과 마음을 채운다. 부산의 동쪽, 기장(機張)군의 바다다. 이곳에서 여유, 낭만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쉼표가 필요한 사람에게, 새로운 부산을 발견하고픈 사람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바다다.
일출 명소로 이름난 오랑대. 해안 암석 사이로 철썩이는 파도와 동해의 푸른빛이 아름답다.
부산에서 만나는 동해
거침없는 기세로 내달리던 동해(東海)는 남해(南海)와 만나기 전 마지막 숨을 고른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마다 밀려든 파도가 빚어낸 절경(絶景), 동해의 여운이 부산의 동쪽 바다 기장의 해안선을 만들었다. 총 41㎞에 달하는 길고 긴 이 해안엔 새로운 풍경이 가득하다.
먼저 해동 용궁사로 향한다. 십이지상(十二支像)이 서 있는 입구를 지나 108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서서히 사찰의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워질수록 기막힌 입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해를 마주하고 깎아지른 듯한 기암(奇巖) 위에 세워진 해안 사찰은 쉴 새 없이 들이치는 파도 앞에서도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사찰이다. 바다와 해안선이 어우러진 풍광은 어디서 보아도 장관이다. 발밑에 철썩이는 파도의 기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몸으로 느끼며 법당과 해수관음대불, 일출암 등을 둘러보면 어느새 더위도, 시름도 날아가 버린다.
해안선을 따라 기암 장관을 즐길 수 있다는 오랑대(五郞臺)로 달렸다. 관광객이 몰리는 해동 용궁사에서 멀지 않지만 호젓하게 기장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다. 사진 동호인들에겐 일출 명소로 이름난 곳.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암석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이 아름답다. 해안선 따라 이어진 완만한 구릉엔 유채꽃·나리꽃 등 철마다 꽃이 피는데 해안 절경과 탁 트인 시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도 좋다.
동해의 파도가 빚어낸 건 바위만이 아니다. 모래알 반짝이는 해수욕장도 있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화려한 멋은 없지만 조용하고 여유로움이 넘친다.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일광해수욕장은 1.8㎞의 긴 해변이 원을 그리고 있다. 평균 수심이 1.2m로 깊지 않고 파도가 잔잔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해변 끝 학리로 이어지는 곳에는 해변 산책로가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기장의 가장 북쪽에 있는 임랑해수욕장은 해안가 주변의 송림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최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파도에 몸을 맡긴 서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어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싱싱한 바다 먹거리, 인기 영화·드라마 촬영지까지… 먹고 즐기는 기장 바다
멸치가 제철을 맞는 봄이 되면 기장 대변항엔 만선(滿船)의 멸치잡이 배가 모여든다. 어부들은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느라 바쁘다. 햇살에 반사된 멸치 비늘이 은빛으로 반짝거리며 장관을 이룬다. 물오른 멸치는 굵고 고소해 회로 즐긴다. 이 별미(別味)를 찾아 항구의 봄은 늘 북적거린다.
기장에 온다면 항구마다 멸치·미역·다시마·갈치·붕장어 등 기장을 대표하는 특산물과 싱싱한 회, 해산물을 맛봐야 한다. 시랑리 곰장어촌에선 짚불에 구워내는 짚불곰장어를, 해녀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모여 있는 연화리에선 멍게·해삼 등 해산물과 고소한 전복죽을, 대변항에선 생멸치찌개와 멸치회를 맛보는 것도 기장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문오성 회촌의 포슬포슬한 붕장어회와 죽성리 회촌의 붕장어구이도 놓치면 아쉽다. 펄떡이는 항구와 어촌의 정취에 맛은 배가 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항구의 앞바다를 지키고 있는 등대를 놓치지 말고 구경할 것. 야구등대, 젖병등대, 월드컵등대, 장승등대 등 독특한 외형의 등대들이 기장 앞바다를 지키고 있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 냄새 나는 항구의 풍경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기장은 드라마·영화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는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벽에 빨간 지붕을 얹은 작은 성당. 대변항을 지나 죽성리로 가는 해변 도로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이국적인 건물이 있다. 죽성성당 또는 죽성드림성당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실제 성당이 아니라 주진모·손담비 주연의 드라마 '드림'(2009) 촬영을 위해 해안가에 만들어진 세트장이다. 조용한 어촌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가다 만나는 색다른 풍경을 즐기고 인증 샷 남기기에도 좋다. 올봄 재건축 된 죽성성당엔 해변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생겨 셀카봉을 든 커플부터 가족들까지 바쁘게 셔터를 누른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영화 '친구'의 첫 장면은 대변항 앞바다에서 시작된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하고 물개하고 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네 친구가 해맑게 물장구를 치던 바다다. 영화 촬영지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반짝거리는 대변의 바다를 바라보며 영화의 장면들을 추억할 수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보안관'은 기장이 배경이다. 일광해수욕장과 대변항 등 기장의 풍경이 스크린에 담겼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쌈마이웨이'도 일광해수욕장 등 기장 일대에서 찍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현아(22)씨는 "쌈마이웨이의 열혈 팬이었는데 드라마를 촬영했던 일광 해변과 카페에 들렀다"며 "부산에 살면서도 잘 몰랐던 곳인데 드라마 덕에 기장의 바다와 좋은 곳을 알게 됐다"고 했다.
기장에서 만나는 리조트의 낭만, 새로워지는 바다
올여름 해운대가 아니라 기장 바다로 향할 이유는 또 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바다를 따라 들어선 고급 리조트 때문이다. 지난달 기장 오시리아관광단지 내에 문을 연 아난티 코브(Ananti Cove). 1㎞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연면적 17만8000㎡(약 5만4000평)에 힐튼 부산 호텔과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프라이빗 레지던스 등이 들어선 복합 휴양 시설이다. 탁 트인 바다 전망에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자연 친화적인 입지와 인피니티풀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뷰는 고급스러운 휴식을 선사한다. 감각적인 레스토랑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아난티타운 역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숙박객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별한 큐레이션과 공간을 선보이는 서점 '이터널 저니'가 눈길을 끈다. 독서 휴가 즐기기 좋다. 바다를 배경으로 음악 공연이 열리는 야외 공연장,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해안 산책로까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엔 임랑해수욕장부터 일광해수욕장, 대변항과 일대 해변 도로에 감각적인 카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카페 투어를 위해 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조용한 바닷가의 정취, 이국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이색 디저트로 시선 사로잡는 카페들은 어느새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직장인 박정은(38)씨는 "부산 여행 오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요즘 부산에서 뜬다는 카페는 다 기장에 있었다"며 "바다가 보이는 카페 분위기만큼이나 찾아오는 길도 아름다워 기장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했다.
◆ 오동통한 생멸치… 무쳐도, 끓여도, 구워도 고소하네
바다의 맛 멸치·미역·곰장어… 한 상 어우러지면 꿀맛, 소라·전복·해삼 썰어낸 해산물 한 접시도 풍성
트렌디한 맛 서울 강남 인기 셰프의 이탈리안 가게 들어서… 이국적 인테리어 카페선 커피 한 잔과 브런치를
이화장횟집 멸치잡이로 유명한 대변항의 경치를 바라보며 멸치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른 손가락만 한 대멸치를 초고추장 양념에 야채와 함께 버무린 멸치회와 얼큰하게 끓여낸 멸치찌개, 숯불에 통째로 구워내는 멸치구이까지 고소하고 부드러운 멸치 맛을 볼 수 있다. 멸치만큼이나 유명한 기장의 곰장어구이와 회, 미역국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멸치회·멸치찌개 2만~4만원, 멸치구이 1만원.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560-5, (051)723-1819
해녀조씨할매집 해산물 파는 해녀들의 포장마차촌과 횟집들이 모여 있는 연화리 해변에서 바다 향기 가득한 싱싱한 해산물과 고소한 전복죽을 맛볼 수 있는 곳. 갓 썰어낸 전복·소라·멍게·해삼·개불 등으로 알록달록한 해산물 접시와 내장을 넣어 푹 끓여낸 뜨끈뜨끈한 전복죽의 조화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해물모둠 3만5000원, 전복죽 1만원.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187, (051)721-2972
볼피노 힐튼부산과 아난티펜트하우스가 들어선 복합 휴양리조트 아난티코브 내 아난티타운에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볼피노, 한남동 마렘바, 용산동 쿠촐로 등으로 인기 높은 김지운 셰프의 요리를 부산에서도 맛볼 수 있다. 트러플타야린 3만3000원, 프라운링귀니 2만7000원.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32, 010-4963-1571
아데초이 송정해수욕장에서 사랑받던 디저트 카페가 일광의 한적한 해변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빨간색·파란색·노란색 등 강렬한 원색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이국적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고 창밖에는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 담긴다. 브런치로 즐길 수 있는 샌드위치와 직접 구워내는 파이, 케이크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아이스아메리카노 6000원, 블루베리파이 1만5000원, 미제라블 8000원.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문오성길 162-1, 070-8804-1355
부산 기장 여행 Tip
해수욕장: 기장군에는 2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일광해수욕장(051-709-4421)과 임랑해수욕장(051-709-4421)은 8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입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숙박: 힐튼 부산(051-509-1111)은 총 310개 객실과 오션 인피니티풀, 실내수영장, 총 4개의 레스토랑과 바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전 객실 넓이가 60㎡ 이상이고, 개별 발코니가 있다. 더무빙카라반(1577-8446)을 이용하면 임랑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소나무 숲의 카라반에서 낭만적인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일광해안로에 위치한 기장일출랜드(051-724-1106)는 미국식 카라반을 개조한 넓은 공간에서 캠핑을 즐기며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쇼핑: 기장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프리미엄아울렛과 쇼핑몰, 마트, 영화관이 결합된 복합 쇼핑몰 롯데프리미엄아울렛동부산점(051-901-2500)이 있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IC 인근에는 180여개 명품 매장이 모여 있는 부산프리미엄아울렛(1644-4001)이 있다.
문화시설: 국립부산과학관(051-750-2300)은 자동차·항공우주·선박·에너지·방사선의학을 테마로 하는 상설전시관과 천체관측소, 천체투영관 등을 갖춘 체험형 과학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051-720-3061)에선 해양수산과학과 관련된 교육, 체험을 즐길 수 있고 수족관과 전망대, 해안산책로 등 부대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http://life.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0/20170810020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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