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3일, 이상언 중앙일보 사회2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국빈방문 시 하루 동안 머물던 호텔 의전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하룻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20998626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이 영국에 도착하기 전, 대사관 측에 협조 요청을 하며 몇 가지 요구사항을 알려왔었다. 기사내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침대 매트리스, 전자레인지, 샤워꼭지, 스크린과 조명 등 청와대의 요구사항은 상식 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사관 직원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사 참여 인력들은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이나 목적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기보단,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영국 여왕의 초청을 받아 국빈으로 영국을 방문했고 이러한 국가적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에 더 큰 자긍심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버킹엄 궁 앞에 걸린 태극기 물결과 왕실의 마차를 타고 궁으로 입장하는 대통령의 모습 등은 당시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된 바 있고, 실제로 이러한 광경을 대중매체로 목격한 한국의 수 많은 국민들 또한 자부심에 고무되고 애국심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대통령 국빈방문행사에 직접 투입되었던 대사관 직원들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말 못할 고충을 겪으면서 보이지 않는 모순 된 상황들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이 TV, 신문, 혹은 인터넷을 통해 느낄 국격 상승(?)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막기 위해, 실제 있었던 일을 발설하기라도 하면 내부고발자가 되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말이다.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당시를 회상해 본다면 위에 링크되어 있는 기사는 반가운 측면이 있는듯 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퍼즐도 조금씩 맞춰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말을 전해들은 탓일까. 이상언 부장의 기사에는 실제 있었던 일과 조금 다른 부분들 있다. 몇 가지를 짚어 본다.
먼저, 기사 내용처럼 대사관에서 호텔 측에 "우리가 (메트리스를) 바꿔도 되겠느냐?"고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듯 신사답게(?) 문의를 하지 않았다. 당시 매트리스는 청와대에서 관철사항이었기 때문에 대사관은 호텔측에 ‘바꿔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했고 호텔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해준 것이다.
객실 조명등과 관련해서, 기사에서 언급된 조명등 두개는 일반 조명등이 아니라 영화 촬영용 조명이다. 화장대 뒤에 흰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화 촬영용 조명을 비춰야만 대통령이 꽃단장(?)을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요구였다.
기사 출처 - (링크)
누군가의 제보로 공개된 당시 분장실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 화재를 모았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와 다르다. 대통령은 사진 속에 있는 것 보다 더 크고 화려한 분장실을 이용했고 조명 또한 사진에 보여지는 것과 달리 CF촬영이나 영화 촬영에서나 볼 법한 조명을 사용했다. 물론, 이 조명은 딱 한 번 사용된 뒤 창고로 보내졌다. 스크린도 마찬가지.
상단에 링크된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부분. 당시 대통령은 런던 ‘메이페어-하이드파크’(Mayfair Hyde Park)에 위치한 5성급 H 호텔 스위트룸에 묵었다. 숙소에는 전자레인지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식사를 위한 식재료도 함께 있었다. 물론 식재료는 한국에서 항공 화물로 전달된 것으로 해산물과 각종 야채류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살아있는 전복이 스치로폼으로 된 상자 안에 있었던 것은 안 비밀. 당시 눈치없는(?) 한 관계자가 청와대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살아있는 해산물은 왜 가져온 거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이러했다.
"조선시대 때도 왕의 음식은 수라간에서 재료까지 별도 관리했다. 우리 대통령님 식사 재료를 따로 준비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국빈방문으로 영국왕실에서 모든 의전을 다 책임지고 있는데 대통령 식사 재료가 왜 필요한지 궁금해 할 수 있다. 전복은, 호텔과 버킹엄 궁에서 혼자 식사를 하기 위한 대통령의 아침 식사 재료였다. 대통령은 아침은 주로 죽을 먹는다고 했다. 그렇게 하루를 머물고 이튿날 버킹엄 궁으로 거처를 옮긴 대통령은 궁에서도 식사(전복죽)를 배달해 아침식사를 했다. 물론 요리는, 하루 동안 체류했던 호텔의 주방을 빌려 청와대 주방장이 직접 요리했다.
취침 시 온도와 습도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는 대통령을 위해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등은 별도로 구매되어 침실과 거실에 각각 배치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통령의 기호에 맞춰지기 위한 구비 물품들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10시간 정도 사용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어디에 버려져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대통령의 다이어트와 메이크업, 헤어를 담당했던 윤O추, 정O주 자매도 대통령과 비슷한 급의 스위트 룸에 묵으며 룸서비스를 이용했고, 사전에 대사관 협조요청을 하여 룸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식사메뉴를 한국어로 번역해 놓으라고 요청도 했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그렇게 각 종목별로 사용되었던 것.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보여진 대통령의 영국국빈방문을 통해 애국심에 고취 되어있을 법한 국민들이, 본인들이 낸 세금 또한 이렇게 쓰여지고 있다는 걸 아는지는 미지수다.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또 다양한 명목으로, 나랏돈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줄줄 새고 있으니, 비선실세라는 자들이 세금으로 자신들의 통장 잔고 액수를 늘리는 게 가능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그들에게 세금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였으리라.
사실, 청와대가 권력을 남용하는 측면이 강해서 그렇지 외교관이란 직책을 가진 사람들도 공무원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어서 인지,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다. 사실, 대사관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부분들 중, 놀랐던 부분은 공직자들이 세금 쓰는 걸 굉장히 우습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령,
실적을 위해 불필요한 약속을 만들어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든지, 약속이 취소가 되면 ‘없는 손님’을 마치 함께 식사를 한 것처럼 보고서 꾸며 회계 처리를 한다든지, 부서직원들에게 회식을 제안하고 마치 자신이 계산을 하는 것처럼 어깨를 힘을 주지만, 다음날 공금 정산을 요구한다든지 등.
그 중에서도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남자 외교관이 ‘업무네트워크추진비’라는 명목으로 인턴으로 채용된 외국인 여직원에게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주고 술값까지 계산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는 것. 그렇게 그 외교관은 그 외국인 여직원과 결혼했다. 지금은 사계절 뜨거운 어느 나라에 파견되어 수영장 있는 집에서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다고. 세금으로 누군가의 데이트 비용까지 계산된 셈이다.
위에 링크된 기사는 2014년도 기사로, 외교부 직원이 3년간 13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로 회식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킨 사건으로 보도된바 있다. 어떻게 적발이 됐는지 정확한 경위는 알지 못하지만, 사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조직 내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4년에 한 번 이뤄지는 감사에서, 습관처럼 벌어지는 일들을 다 찾아내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운영되어 온 지난 70여년 동안, 조직 내 깊숙이 자리 잡힌 나랏돈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조직문화가 개편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산 사용과 관련된 불분명한 행정 처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여명숙 위원장이 3개월만에 경질이 된 건, 단순히 누군가의 잘못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세금,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무거움으로 바뀌는 그때까지, 앞으로 국민들이 선택해야 나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어쩌면 답은 더 분명해 지는 것 같다.
출처: http://www.ddanzi.com/ddanziNews/153208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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