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청와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수석실회의 분위기 침통
내각·수석 대규모 교체
朴 ‘탈당 카드’ 쓸수도
“불통·독선 국민의 심판
소통·협치外 해법 없다”
청와대는 14일 망연자실한 기류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당 지위마저 내주면서 청와대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당분간 진공 상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참모진 개편과 일부 내각 교체 등의 인적 쇄신 카드로 반전을 시도하겠지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워낙 충격적 결과인 만큼 어떤 카드를 쓰더라도 만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 야당과 무소속을 합칠 경우 3분의 2에 육박할 정도의 선거결과는 정치적 의미로는 탄핵에 가까울 정도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추진과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분 구조개혁에도 커다란 차질이 예상되는 이유다.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위기를 맞은 청와대에는 한숨이 쌓이고 있다.
14일 청와대는 4·13 총선의 충격적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듯한 모습이나 어느 비서관도 확실하게 말을 하지는 못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50석 전후를 예상했는데, 122석이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기환 정무·김규현 외교안보·현정택 정책조정·김성우 홍보수석 주재로 열린 각각의 수석실 회의 분위기는 침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선거 프레임으로 만들었던 ‘국회심판론’ ‘총선물갈이론’ ‘배신의 정치 심판론’은 결과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문제의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 내가 아닌 남에게 있다고 파악했지만 어느 참모도 박 대통령의 ‘독주적 사고’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시를 전달받아 이행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했다. 박 대통령과 지근 거리에 있는 수석급 파워의 비서관 3인방은 더욱 그랬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일부 내각 교체를 통해 국정운영의 동력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지만 인물 검증 등의 과정을 감안하면 단행 시점은 5∼7월 사이로 늦춰질 수도 있다. 또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 출범 이후 국민의당과 ‘포인트 바이 포인트(point by point)’식 정책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노동개혁 5대 법안 중에 파견근로자법 같은 일부 쟁점 법안을 포기하고, 다른 법안을 떼내 별도 처리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장했던 중대선거구제를 다른 핵심 법안과 빅딜 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은 임기가 1년 10개월여 남은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차단할 방법으로 국민의당과의 정책적 연대를 관측하고 있다. 이는 조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지만, 자칫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차기 대권 구도에서 ‘안철수 대안론’에 불을 지펴줄 수도 있어 박 대통령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 국회, 야당과 소통에 나서는 것 외에는 살길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대해 국민이 심판을 한 만큼, 국정운영 스타일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권이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여권은 국정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국정운영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 불통, 국회에 책임을 돌리는 행태 등에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특히 박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그토록 국회 심판을 외쳤는데 정반대의 선거결과가 나온 것은 그동안 얼마나 국민과 멀어져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일방적인 ‘통치’를 하려 했다면, 이제는 대타협과 ‘협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교·김성훈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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