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없어 영장 기각
박씨 "정부가 의례적 행사를 너무 호들갑스럽게 포장…"
경찰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공식 포스터에 풍자그림을 그린 시민을 강제연행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이 G20 회의를 앞두고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G20 공식 포스터에 풍자그림을 그리던 박아무개(40·번역가)씨 등 2명을 긴급체포한 뒤 박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2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주변 가판대에 붙여진 G20 홍보 포스터 7장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쥐 그림을 그려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그린 풍자 그림은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청사초롱이 그려진 G20 공식포스터 오른쪽에 쥐가 등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박씨는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주최하는 의례적인 행사를 정부가 너무 호들갑스럽게 포장하고 있는 것 같아 풍자하고 싶었을 뿐인데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신청해 놀랐다"고 말했다. 박씨의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대학생들이 풍자글을 쓴 것이 방송에 나왔음에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경찰이 G20을 앞두고 본보기로 박씨를 혼내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창배 남대문서 형사과장은 "국익을 위해 중요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국격을 높이는 국가 홍보물을 더럽히는 것이 (시민의) 정상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기 어려운데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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