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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지상에서 탈출 ‘천상의 휴가’ 즐긴다

CKwon 2017. 6. 2. 17:44

118층 유리 바닥에 서니 두 발 아래에 온 세상이…
하늘에서 보고 즐기고 마시는 세계의 특별한 명소

“천상(天上)의 하늘 117층에 도착하셨습니다.” 지난 4월 공식 개장한 국내 최고층 건물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에 있는 전망대 ‘서울스카이’(117~123층). ‘스카이 셔틀’이라 이름 붙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 1분 만에 117층에 내리면 안내 직원들이 관람객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한 층 위인 118층으로 가 투명 유리 바닥으로 된 ‘스카이데크’에 올라서면 천상에서 지상(地上)을 내려다보는 신이라도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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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 바닥 밑으로 잠실역 사거리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천상에서 지상을 굽어보는 신의 시각이 이러할까? 아찔하고 짜릿한 맛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서울스카이’(117~123층)는 요즘‘천상의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마천루 안에는 힘과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영광과 긍지가 있어야 한다. 마천루는 모든 길이마다 치솟는 자부심과 의지로 가득 차야 한다. 그것은 높이 날아오르는 기쁨이어야 하고, 밑에서부터 위까지 낙하하는 선 하나 없는 비상이어야 한다.” 현대 마천루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1856~1924)의 말처럼 초고층 빌딩은 한 도시의 파워와 긍지의 집약체이다. 휴먼스케일(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을 훌쩍 넘어선 웅장함엔 비판의 시선이 늘 따르지만, 마천루 덕에 하늘에 닿고 싶은 인간의 욕망엔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 서울, 런던, 도쿄 등에 새 복합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색다른 시선으로 하늘을 즐기는 방법이 늘었다. 전망대뿐만 아니라 옥상을 식당이나 카페로 꾸민 루프 톱(roof top) 카페, 하늘과 이어진 것처럼 고층 빌딩 꼭대기에 들어선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등 하늘을 경험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스카이케이션(skycation)’이란 말도 등장했다. 스카이케이션이란 ‘sky(하늘)’와 ‘vacation(휴가)’을 합친 말로 ‘하늘 전망을 즐기는 여행’을 말한다. “CCTV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은 늘 감시 체제 안에 살아요. 무의식적으로 그런 감시 체제를 벗어난 것이 진정한 휴가라 여기죠. 여행지에서 초고층 전망대를 찾아가는 것도, 탁 트인 옥상 전망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도 공간적으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인 겁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말하는 스카이케이션이 주목 받는 이유다.

복닥거리는 지상에서 펼쳐지는 일상에서 벗어나 높은 곳에서 전망하며 휴식을 즐기는 자유.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하늘에서 보고 즐기고 마시는 세계의 스카이케이션 명당을 알아봤다.


하늘에서 보고 먹고 즐긴다 Skycation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왼쪽)',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영국 ‘더 샤드’./ CRI

런던 스카이가든, 도쿄 스카이트리…세계 도시, 하늘 풍경 선점 경쟁

유서 깊은 건축물이 가득한 곳 유럽. 그래서 오히려 ‘현대 건축 기술의 꽃’이라는 초고층 빌딩이 지어지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유럽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물꼬는 영국 런던. 2013년 유럽을 통틀어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가 공식 개장하면서 새 명소가 됐다.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더 샤드(72층·310m)는 타워브리지 옆에 우뚝 솟아 런던 도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는 하늘이 뚫려 있는 개방형으로,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어 색다르다.

런던의 전망 감상지로 더 샤드에 도전장을 낸 건물이 있으니, 2015년 라파엘 비뇰리가 무전기를 닮은 외관으로 설계해 ‘워키토키 빌딩’이라고 별명 붙은 ‘스카이가든 빌딩’(37층·160m)이다. 건물 35층에 들어선 ‘스카이가든’은 미니 식물원처럼 꾸며진 통유리창에서 런던 시내를 감상할 수 있어 현지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 미리 홈페이지(skygarden.london)에서 예약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도쿄에 가면 도교타워를 올라야 한다는 말은 옛말. 요즘에는 스카이트리가 더 인기다. 2012년 5월 문을 연 스카이트리(634m)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탑이다. 도쿄타워(332.6m)의 2배 정도 된다. 지상 350m에 위치한 전망대 ‘덴보데크’는 5m가 넘는 대형 유리를 360도 둘러 반경 70㎞ 떨어진 곳까지 감상할 수 있다. 지상 450m에 있는 제2전망대 ‘덴보회랑’은 튜브 타입의 긴 유리 복도가 이어져 마치 하늘 위 산책길 같다. 지난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어선 ‘US뱅크 타워’는 지상 302m 허공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카이 슬라이드’를 개장했다. 건물 69~70층 사이 만든 유리 미끄럼틀은 10초 만에 날 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개장 첫날만 5000명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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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에 달려 지상 50m 높이에서 ‘하늘 위 만찬’을 즐기는 벨기에 ‘디너 인 더 스카이’./ Getty Image 이매진스

하늘 위 수영장, 구름 속 레스토랑

수영장, 레스토랑도 지상을 박차고 고공을 향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우스티롤 산악지대 발다오라의 4성급 호텔 ‘알핀 파노라마 호텔 허버추스’ 수영장은 허공에 붕 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중력을 거스르는 수영장’으로 불린다. 유리 바닥으로 만든 수영장은 해발 1350m에 자리 잡은 호텔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내려다보며 수영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의 4성급 호텔 ‘홀리데이 인 상하이 푸둥 캉차오’는 24층에 돌출부를 만든 뒤 바닥을 유리로 깔고 물을 채웠다. 공중의 물속에서 도심 한복판 거리를 내려다보며 수영할 수 있다. 싱가포르 호텔 ‘마리나베이샌즈’ 57층에 있는 인피니티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수영장이다. 진짜 상공에서 즐기는 레스토랑까지 등장해 인기다. 벨기에의 ‘디너 인 더 스카이’는 크레인을 이용해 대형 테이블과 의자를 갖춘 간이 레스토랑을 지상 50m 높이까지 들어 올려 말 그대로 ‘하늘 위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이용 인원은 최대 22명으로 셰프가 즉석에서 요리해준다.

크레인에 달려 지상 50m 높이에서‘하늘 위 만찬’을 즐기는 벨기에‘디너 인 더 스카이’./ Getty Image 이매진스

‘여행 마니아’ 강은하(34)씨는 “아일랜드는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관광지가 별로 없지만 여행 마니아들이 찾아가는 2가지 목적이 있다”며 “영화 ‘원스’ 촬영지를 보는 것과 기네스 맥주 공장 방문인데, 맥주 공장 투어 후 맨 꼭대기 층에서 시원한 전망을 바라보며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정말 멋지다”고 했다.

하늘에서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도 다채롭다. 정종문 ‘내일투어’ 대양주팀장은 “스카이다이빙, 경비행기 투어, 헬기 투어 등 하늘에서 즐기는 레저는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이고, 일반인들은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관을 구경하는 정도였다”면서 “최근 저가 항공, 저가 숙박의 발달로 기본 경비가 줄어들고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족’이 증가해 비싼 값이라도 고공에서 이색 체험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1)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S뱅크타워 69~70층 사이 유리 미끄럼틀. 2)하늘 위 정원에서 영국 런던 시내 전망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스카이가든’. 3)지상 12m 허공에 세워진 이탈리아‘알핀 파노라마 호텔 허버추스’수영장./ 로이터 연합뉴스·조영미·호텔 홈페이지

발밑에서 즐기는 대자연, 관람 차에서 요가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스카이워크, 중국 장자제의 유리 현수교 등은 장엄한 대자연의 경치를 보는 것뿐 아니라 직접 걸어보면서 마치 정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캐나다 로키 산맥에도 아찔한 ‘절벽 위 산책로’가 생겨 인기다. 캐나다 ‘글래시어 스카이워크’는 선왑타 계곡 위 280m 고지에 통유리 바닥으로 산책로를 만든 것이다. 얼음 덮인 산봉우리, 빙하로 형성된 장대한 계곡을 발아래 두고 산책하는 느낌이 신선 저리 가라다.

아찔한 167.3m 상공에서 요가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이롤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 미리 예약하면 대관람차 안에서 요가 강사와 함께 힐링 요가를 즐기는 특별 체험을 할 수 있다.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를 등산하듯 올라가는 ‘하버브리지 클라이밍’ 프로그램도 체험비 30만원대로 비싼 편이지만 최근 국내 체험객이 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김정아(48) ‘스페이스 눌’ 대표는 도시를 처음 방문할 때는 랜드마크 같은 전망대를 찾지만 두 번째부터는 느긋하게 전망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루프톱 시설을 선호한다. “파리 에펠탑은 20여 년 전인가 가족 여행으로 가보고 안 가요. 요즘 프랑스 파리에 가면 퐁피두센터 뮤지엄 루프톱에 있는 레스토랑을 가요. 거기 푸아그라가 들어간 샐러드가 맛있는데 예쁜 굴뚝이 많은 파리의 구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도 아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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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위에서 수영하는 기분은 어떨까? 싱가포르 호텔‘마리나베이샌즈’57층 꼭대기에 있는 수영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수영장이다. 하늘과 물이 이어지는 인피니티 풀이라 더 아찔하다./ 호텔 홈페이지

일상의 무게 무거울수록, 하늘을 찾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카이케이션’의 인기에 대해 “최근 단순히 보고 오는 식의 관광이 아닌 직접 경험해보는 체험식 여행이 인기다. 도시의 속살을 체험할 수 있는 골목길 투어가 인기이듯, 눈앞에 지도를 펼쳐놓은 듯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여행도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했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유명 감옥 ‘팬옵티콘’을 예를 들어 하늘을 찾는 심리를 설명한다. “팬옵티콘은 원형 감옥으로 간수들은 중앙의 높은 감시탑에서 죄수들을 감시해요. 감시탑 아래 있는 죄수들은 간수를 볼 수 없죠.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때 권력이 생깁니다. 아파트 23층에서 17층 사람들이 뭐 하는지 내려다볼 수 있지만, 아래층 사람들은 위층 사람들이 뭐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최상층 펜트하우스가 가장 비싼 이유기도 하죠.”

일상이 퍽퍽할수록 벗어나고픈 욕망의 원심력은 커지는 법. 첨단 공법에 기대 잠시라도 천하를 내 발밑에 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스카이케이션으로 발길이 모이는 이유 아닐까.



1)캐나다 로키산맥 계곡 위 유리 산책로‘글래시어 스카이워크’. 2)호주 시드니의‘하버브리지 클라이밍’ 체험객들. 3)뉴질랜드 오클랜드의 192m 빌딩에서 번지 점프하는‘스카이점프’./ 캐나다 알버타주 관광청·브리지클라임 홈페이지·스카이워크 홈페이지
4)5)높이 167.3m의 대관람차 안에서 힐링 요가를 즐길 수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하이롤러’./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로마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테라스 카페, 도쿄의 ‘소라마치 쇼핑몰’… 전망이 끝내줘요 

도시 전망 공짜로 즐기는 ‘꿀팁’

이탈리아 로마 여행 가이드북에 잘 안 나오는 숨은 무료 전망 포인트가 있다. 베네치아 광장과 카피톨리누스 언덕 사이에 있는 ‘비토리아노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옥상 전망대는 유료지만 전망대로 올라가기 전 건물 중간에 있는 테라스 카페 앞에 서면 무료로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작은 열쇠 구멍 하나로 3국의 전망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로마 시내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몰타기사단이 있다. 이곳 초록 대문<사진>의 열쇠 구멍으로 보면 몰타기사단 정원과 로마 시내, 바티칸 제국 돔이 한눈에 들어온다. 줄을 서서 한 사람씩 몰타기사단 대문의 열쇠 구멍을 무료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일본 도쿄 도쿄 스카이트리 전망대는 유료지만, 스카이트리와 이어진 소라마치 쇼핑몰 이스트 야드 30~31층에 올라가면 공짜로 전망대에 오른 것과 거의 비슷한 각도로 도쿄 시티뷰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스카이트리를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싱가포르 싱가포르 한복판에 무료 전망대가 있다. 싱가포르의 중심지인 오차드 로드에 있는 아이온오차드의 꼭대기 55층에 있는 ‘아이온 스카이’다. 이곳에 있는 루프톱 바가 열기 전인 오후 3~6시 사이 무료입장 가능하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55층에 내리면 360도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싱가포르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국립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옥상 전망도 훌륭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이 있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두리안 과일을 닮은 멀티 극장 에스플라네이드 등 싱가포르의 명물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전시 관람은 유료이나 옥상에만 무료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시티홀 윙(City Hall wing)이라 쓰여 있는, 시청 쪽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올라간 뒤 이정표를 따라 문을 나가면 옥상으로 갈 수 있다.

프랑스 파리 프렝탕 백화점 9층 테라스는 저 멀리 에펠탑까지 보이는 무료 전망 포인트다. 그 옆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도 옥상 정원에서 공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미국 뉴욕 미국 뉴욕 루프톱 바 ‘230 FIFTH’는 상호대로 뉴욕 5번가 230에 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정면으로 보이는 야경은 칵테일 한잔 마시면서 보면 더 환상적이다. 
알뜰한 여행객이라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전망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미술관은 입장료가 따로 없고 1~5달러를 자유롭게 기부하고 들어간다. 옥상에는 싱그러운 초록 식물로 가득한 ‘가든 카페’가 있는데 맨해튼의 스카이라인과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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