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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 포옹 “대세는 기울었다”

CKwon 2012. 12. 15. 23:20

[현장] 십 만여 인파 참여… 文 “대선 승리 우리 것” 安 “지금 대답대로 투표해달라”

 

“차두리 선수가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2시간 넘게 타고 가서 투표했듯, 인도의 스님이 4박 5일 걸려 투표하듯, 브라질의 노부부가 2400㎞ 비행기 타고 가서 투표하듯이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투표하겠나? 대선 승리, 우리의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면서도 투표독려에 집중했다.

 

유세 현장에는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문화행사와 연설 등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는 지지자 및 시민 수만 명이 모였다. 휴대전화 데이터가 중단될 정도의 인파가 모였다. 손학규 정세균 등 민주당 정치인들은 물론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가수 이은미씨, 소설가 황석영씨 등도 참석했다.

 

이날 ‘깜짝 손님’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였다. 안철수 전 후보 측은 당초 ‘유세 일정이 없다’고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문재인 후보와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지지자들은 “문재인 안철수”를 반복해 외쳤다.

 

 

 

안철수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여러분, 제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아십니까. 제가 어느 후보 지지하는지 아십니까.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시민과 지지자들이 ‘문재인’이라고 외치자 안 전 후보는 “지금 대답대로 투표하실 겁니까. 믿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저와 안철수 후보는 이 선거 끝날 때까지 새누리당이 아무리 흑색선전, 네거티브, 음해를 하더라도 저는 끝까지 정정당당한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안철수 후보와 저는 대선, 정권교체에 이어 새 정치를 반드시 함께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투표를 안 하면 만주공화국이 된다”면서 “만주군관학교 나온 사람과 그 후예들이 지배하는 만주공화국이 말이 되는가”라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노회찬 대표는 “박근혜 후보 공약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다”면서 “그것은 대선에 패배하면 정계은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박근혜 후보 은퇴하면 새누리당 풍비박산이 날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새 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는 체육관에서 당선된 세력과 직선제를 쟁취한 세력의 대결”이라면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박근혜 후보 공약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다. 대선 패배하면 정계은퇴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 실현 가능성이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정계은퇴하면 새누리당 풍지박산이 날 것이다. 민주당은 원내 제 1당이 될 것이고, 민주정의당이 제 1야당이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정치혁신이다. 이게 바로 새 정치다. 지금 국회 법사위에 유통산업발전법이 계류 중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밤과 아침 두 시간 줄여서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이게 경제민주화인가.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목도리도 빨간 색이다. 새빨간 거짓말만 해댑니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두 사람 대결만이 아니다. 재벌상권과 골목상권의 대결이다. 문재인이 이기려면 투표해야 한다.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투표해야 민주공화국이다. 투표하면 민주공화국 안 하면 만주공화국이다. 만주군관학교 나온 사람과 그 후예들이 지배하는 만주공화국, 말이 되는가.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 9명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사람 2명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이다. 체육관 대통령 누구인가. 박정희, 전두환이다.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세력과 직선제를 쟁취한 세력이 싸우고 있다. 누가 이겨야 하나. 문재인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투표하는 국민에게 있다. 모든 권력은 투표하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문재인 후보와 함께 승리하자.”

 

이날 행사의 테마는 ‘이명박 정부의 다섯 가지 슬픔’이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언론장악, 반값등록금,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회고와 이에 대한 문재인의 약속이 이어졌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료센터 ‘와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혜신 정신과 의사는 쌍용차, 현대차 노동자의 고공농성을 예로 들면서 “(이들이) 나흘 뒤 선거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신씨는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태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엄마性’을 가진 대통령이 필요하다. 저는 문재인 후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 정신과 의사로서 일을 한다. ‘와락’의 엄마이기도 하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심리치유센터의 엄마다. 여러분이 힐링, 치유 이런 말 많이 들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있으면 치유가 따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굶고 있는 아이도 많고, 정부 도움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다. 일터 여기저기서 비정규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저는 와락의 엄마로 나왔다. 우리 이웃이고, 아빠, 남편, 조카와 같은 사람들이다. 지금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26일째다. 그 위에는 15만 볼트 고압선이 지나고 있다. 합판 몇 장에 의지해서 고공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3년 동안 23명이 죽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수십 일 단식했지만 알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15만 볼트 송전탑 위에 올라가서 나흘 뒤 선거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 현대차,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태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엄마性’을 가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문재인 후보라고 확신한다. 박근혜 후보, 아니다. 생물학적인 것과 상관없다. 지지하고 격려하고 감싸주는 지도자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은 나흘 동안 문재인 후보의 엄마가 되어 주면 좋겠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지금 저는 문재인 후보의 엄마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후보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그 힘을 받아 대통령이 된 뒤에 힘없는 사람들, 거리에서 쫓겨난 사람들,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 새도 아닌데 하늘에 둥지를 만든 사람들을 감싸줘야 한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또한 수십 명의 해직 언론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희생자 등을 거론하며 “이분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상식을 찾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이라며 “이 출발점에 서기 위해 12월 19일 정권 심판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 열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해직, 해고의 고통 잘 안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고통 잘 안다. 저도 두 번 해직을 당했다. 1975년 3월 박정희 유신독재 때 자유언론을 외치다 저항하면서 저를 포함한 130여 명 동지들이 저 동아일보에서 해직됐다. 그때 해직된 선배 동료 가운데 18분이 지금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그리고 33년 뒤 2008년 8월 저는 KBS 사장 자리에서 다시 해직됐다. 권력기관들이 총동원됐다. 저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언론인 대량학살이 있었다. 방송독립, 언론자유 외치던 언론계 후배 20명이 해고되고, 457명이 정직 감봉 좌철 지방유배를 당했다. MBC 작가들도 잘렸다. 이들의 아픔은 우리 시대의 치욕이다. 언론계 후배들은 당당하다.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은 ‘해직자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김재철과 배석규가 새긴 치욕스러운 문신이자 낙인임과 동시에 이 시대가 우리에게 준 자랑스러운 훈장’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우리 쫓아낸 당신들은 해고자를 늘려 언론을 장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머지않아 한꺼번에 우리의 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맞다. 이들은 노종면 위원장 말대로 한꺼번에 그들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시 언론 현장으로 돌아가서 강탈당한 마이크와 펜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분들이 이들뿐 아니다. 새누리당 정권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이들뿐이겠는가. 쌍용차 해고자, 23명의 죽음, 가족의 피맺힌 한, 용산의 참혹한 죽음, 남아 있는 분들의 한과 아픔… 이분들 외에도 수많은 분들이 아픔을 당하고 있다. 치유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분들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원래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게 우리 사회 상식을 되찾고 우리 사회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이다. 출발점에 서기 위해 12월 19일 정권 심판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 열어야 한다. 이분들이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정연주 KBS 전 사장이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용산참사 유가족 정영신씨는 “대선후보들에게 조차 용산참사가 과거의 사건으로 비쳐지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심장이 조여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 문재인 후보가 그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먼저다. 여기 사람이 있다. 아직도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산소에서 술 한 잔 올릴 수 있길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쌍용차, 용산참사의 눈물을 닦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정한다”면서 “제 2의 용산, 제 2의 쌍용차, 제 2의 언론인 수난시대가 이어지는 정부냐,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는 정부냐 선택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가 '우리가 이긴다'며 지지자들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에 찬 발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맡은 탁현민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때 문재인 후보를 친구로 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얘기한 영상을 소개했다. 그는 “(주변에서) ‘문재인 후보 유세할 때 노무현 얘기를 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도 “지난 5년 동안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단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라고 말했다.

 

탁현민씨는 “문재인 후보가 이 모든 절망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할 때 환호했다”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드리겠다. 노무현 대통령님, 너무 걱정마십시오.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