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은 '문재인'이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대항마로 그를 거론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권변호사로, 비서실장으로 '운명'처럼 얽혀 있다. 그의 자서전 이름도 『문재인의 운명』이다. 지난달 나온 이 책은 한 달 만에 15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 그는 책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그가 언급한 '숙제'란 야권의 내년 대선승리 아니었을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거품이라고 보진 않으며 굉장히 막강하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야권이) 안이하게 임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년 총선에서 범야권이 승리하고, 대선에서 통합 또는 그에 맞먹는 연합이 이뤄진다면 (박근혜 대세론을)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면서다. 그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둔 그였지만 앞으론 보다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문재인 대망론'이 야권에서 화제다.
"내가 그런 자질이나 경륜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면 자신이 없다. 다만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없을 거란 걱정이 나 같은 사람까지 대안으로 논의하게 만든 것 같다."
-내년 총선 때 어떤 역할을 할 건가.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박근혜 대세론이 그대로 굳어질 것이다.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탤 생각이다."
문 이사장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부산·경남(PK)을 꼽았다. 그는 PK지역(부산 18석, 경남 17석) 민심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며 "내년 총선 결과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에서 몇 석 정도 예상하나.
" 한나라당과 근접 승부를 할 수 있다."
-총선 후보로 직접 출마할 의향이 있나.
"아직,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다. 가장 중요한 건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범야권 통합 또는 연합이다. 지금 내가 전력을 기울여 해야 할 일이 그거다. "
문재인 이사장은 1975년 특전사로 징집당했다. 공수부대에서 활동하던 그의 사진은 지난 주말 인터넷 검색순위 1위로 오르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문 이사장이 대선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나 또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이긴다고 나오는 건 아니잖나. 하지만 야권이 통합되면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여론이 더 많지 않은가. 지금은 통합에만 전념하는 게 옳다. 후보 논의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개인적으론 자유로운 삶, 자유인 문재인으로 살고 싶다. 수염 기르고 마음대로 여행 다니고, 넥타이와 정장 안 입어도 좋은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나 모르겠소. 그냥 자유롭고 싶소이다'고 하기엔 상황이 워낙 어렵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통한 (정치적) 기여는 하겠다."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먼저 통합논의를 진행 중인데.
"좋은 일이다. 통합되면 과거처럼 운동 차원의 정당에서 벗어나 집권까지 내다보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야권통합에) 가장 몸이 달아야 하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던져버리고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어떻게 보나.
"아주 능력 있고 국정 전반에 걸쳐 거의 준비가 돼있는 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장 근접해 있다. 4·27 재·보선 때 조금 상처를 입긴 했지만 금방 회복할 거다. 내가 유 대표와 경쟁하고, 그분의 지지를 잠식하는 듯이 비춰져서 좀 불편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한 평가는.
" 제1야당의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표선수감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 조금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없지 않은데, 민주당에 온 지도 오래됐고 이명박 정부와 앞장서서 싸워온 분으로 자격이 충분하다. 앞으로 어떻게 정체성을 더 분명히 해나갈 것인가는 본인에게 달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지낸 문 이사장을 법무장관으로 앉히려다 비판여론 에 포기했는데.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 모두 대통령의 참모다. 수석이기 때문에 장관이 되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다만 권 지명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퇴행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
Copyrightsⓒ중앙일보&Jcube Interactive In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무현과 문재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철수 "국민 열망 실천"..대선출마 선언 (0) | 2012.09.19 |
---|---|
문재인-민홍철,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 (0) | 2012.04.12 |
“노무현이 나를 그의 길로 이끌었다” (0) | 2011.06.29 |
"노무현 유서 해석하는데 1년 반 걸렸다" (0) | 2011.06.22 |
“대선? 그때 가서 결정” 출마가능성 배제 안해 (0) | 2011.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