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과학적 안전성 검증됐지만 `原電 불신` 해소해야

CKwon 2012. 7. 10. 15:45

◆ 한국원전 안전한가 ◆

422514 기사의  이미지
비상 디젤발전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고리원전 1호기가 재가동 승인결정을 받았다. 현지 주민,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며 재가동을 반대하고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글로벌 각국이 `탈원전`과 `친원전`으로 양분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정책은 차기 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매일경제는 원전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고 원전 정책의 향배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원전의 잦은 고장으로 안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데.

▶김진우 원장=원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전문인력, 원전에 대한 인식, 비상시 대응방안 등 4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평상시 원전을 운영할 때는 크고 작은 고장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는 비상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설계에도 문제가 있지만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기 때문이다.

▶김무환 교수=비행기 조종사는 안전비행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우리 원전의 근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운전 효율을 높이거나 정비기간을 줄이는 것은 원전 안전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원전을 세워 고장 여부를 판단하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과 UAE 원전 수출로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인력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이 많은데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박재광 교수=온실가스를 대량으로 감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전이다. 한국은 총전력생산의 31%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같은 전력량을 화석연료로 생산했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23% 줄일 수 있다. 원전을 포기하면 전력생산 감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김 원장=원전 반대론자들은 독일과 한국을 비교하며 원전 폐기를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과 한국은 전력구조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은 예비전력률이 평균 95%를 넘는다.

원전 가동을 모두 멈추더라도 화력발전만 갖고 30%대 전력 예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전력 수요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인접한 유럽 국가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독일과 달리 우리는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국가급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김 교수=전문가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격납용기가 작아 비상시 버티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는데 결국 격납용기가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원전 정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 결정 이후 원전 수명 논란이 불거졌는데.

▶박 교수=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원전 수명을 30년으로 허가해 주는 이유는 기계적 결함이나 안전성 문제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과 독점 금지를 위해서다. 고리원전의 수명이 30년이 지나서 이를 무조건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철저한 점검을 통해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원전 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

▶김 원장=과학적 검증을 믿지 않는 세태는 큰 문제다. 국내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점검을 했지만 시민단체와 현지 주민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원전 당국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소통을 못 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문제해결 절차에 오해 소지가 없어야 한다.

▶김 교수=원전도 처음 건설됐을 때는 수명이 30년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볼 때 향후 10년을 더 가동해도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글로벌 각국이 수명 연장을 결정하고 있다. 고리원전과 같은 기종인 미국 위스콘신주의 케와니 원전도 내년에 수명 30년이 완료되지만 미국 정부는 계속 가동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렇다면 고리원전이 100% 안전하다는 말인가.

▶박 교수=학계에 따르면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은 10만년에 한 번이다. 최근에 건설되는 원전은 안전장치가 강화돼 100만년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가 5000년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몇십 년 뒤에 닥칠 지구온난화와 100만년 뒤에 다가올 원전사고 중 어느 것을 더 걱정해야 하겠는가.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는 극한의 상황을 가정해 원전을 폐쇄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교수=원전의 안전을 거론할 때는 반드시 고장과 사고를 구분해야 한다.

원전은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매우 정교한 기계다. 그러나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고 이 고장은 예기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다중의 방호장치와 엄격한 운전 매뉴얼을 만들어 고장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고리원전은 사고가 아니라 고장이 난 것이고, 보고를 누락한 것이 문제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김 원장=체르노빌 사건 이후 10년 동안 원자력에 관한 논쟁은 국내에서 금기사항이었다. 원전 신규 계획이 지연되면서 울진 원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에 공백기가 생겼다. 에너지 정책은 미래 10년 뒤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원전을 폐기한다면 그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