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이래저래 울화통 터지네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마케팅이 거세다. 성질 급한 자를 위해 순간 이동을 시켜주겠다거나 자기들 것은 명품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을 벗어나도 끊김 없이 계속된다고 자랑하는 곳도 있다. 하긴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약어 자체가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진화'라는 뜻의 마케팅 용어임을 감안할 때 필연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CDMA라는 2G 디지털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국가다. 이 무모한 도전 덕분에 아무런 기반이 없던 나라가 한순간에 단말기 시장 세계 1, 2위를 다투는 통신 강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급속히 보수화한 이동통신사들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3G에서 CDMA를 버리고 점유율이 높은 WCDMA를 도입한 것이다.
정부와 연구소 그리고 제조업체들은 다음 세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완전한 이동형 디지털 통신인 와이브로를 개발해 상용화했으나 통신사들의 태업으로 경쟁에서 탈락했다. 기술 종주국인 한국에서도 쓰지 않는 와이브로를 어떤 나라에서 쓰겠는가? 통신사들은 차라리 과태료를 무는 것이 더 싸다고 버티다가 끝내 LTE로 돌아섰다.
와이브로와 LTE는 기술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시장에서는 무모하더라도 자기 영역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중국이 사용자 수를 무기로 끝끝내 중국식 표준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전정신을 잃고 눈앞의 이익만 좇은 탓에 통신사들은 2G와 3G 통신망 유지비뿐만 아니라 와이브로 망 운영비에 더해 LTE 구축비까지 3중 4중의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가입자 부담이다.
충성스러운 사용자 내팽개친 KT
LTE 도입 자체도 엉망진창이다. 현재의 LTE는 진정한 4G가 아니다. 지금의 LTE 폰은 음성 통화를 3G에 의존하는 반쪽짜리일 뿐이다. 때문에 가격, 무게, 배터리 사용 시간 등 단점이 많다. 사실 완전한 데이터 통신인 4G에서는 인터넷 전화와 통신사 통화 프로그램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 통신사들이 4G에서도 음성 통화료를 따로 챙길 방법을 강구하느라 인터넷 전화를 못 쓰게 하고 있을 뿐이다. 와이브로가 배척된 것은 인터넷 전화를 전면 허용했기 때문이다.
LTE는 아직 전국망이 완성되지도 않았다. 금세 전국망이 깔릴 것처럼 광고하지만 완전한 전국망은 지금 가입자들의 2년 약정이 끝날 때쯤이나 가능할 것이다. 집과 직장에서 잘 안 터진다고 항의해도 해결책은 전무하다.
LTE에 사용할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자사 2G 주파수 재활용을 결정한 KT의 행태도 황당할 뿐이다. 2G 사용자 수를 줄이기 위해 전화로 괴롭히거나 직접 찾아가서 압력을 넣기도 하고 전화를 불통시키기도 했다. 4G 테스트를 하기 위해 서비스 중인 2G 통신을 끊어버리기까지 했다. 충성스러운 사용자를 쥐 잡듯이 몰아댄 KT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요금도 비싸다. 통신사들은 속도가 10배 빨라졌으니까 수익도 10배를 얻겠다는 생각인지 사용료를 올렸다.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 데이터 수익 극대화도 노리고 있다. 3G 사용자의 기본료로 4G 통신망 구축을 했으면 4G로 전환한 이용자에게 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신규 가입자에 대한 혜택뿐이다.
통신사들은 4G를 신규 수익 창출 기회로 보지만 어쩌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곳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이제 통신 방식이 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카카오톡 등 원하는 앱이 되는지 아닌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카카오톡에 무료 음성 통화 기능이 추가되고 나면 문자뿐 아니라 음성 통화 수익도 사라질 것이다.
사용자들이 더 이상 통신사의 '유료 마루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언제 LTE 폰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전국망이 완벽히 구축되고 순수 LTE 전용 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라. 자유로운 경쟁이 허용된다면 카카오톡, 구글 보이스 등 다양한 음성 통화 프로그램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저렴한 데이터 정액제도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의 각성이 필요하다. 통신사보다는 국민을 우선하는 정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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