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고성 지르며 회의 끝 “총사퇴”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에 따라 후폭풍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28일 총 사퇴했다. 지난 7·14 재보선 이후 안상수 체제가 시작된 지 1년도 안돼 안상수호가 침몰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 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민심에 따라 당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날 최고위원회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오전 9시18분께 안 대표가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왔고 다른 최고위원들의 얼굴도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사전에 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고성까지 오고갔다. 당 실무진들의 눈은 실핏줄이 터질 듯 발갰다.
이제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지난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18대 국회 들어서 두 번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생존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뚜렷한 인물과 카드가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민본 21등 소장파들은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궤멸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엠비 정권 주류'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까지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욱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노래 잘 부를 생각을 해야지 관객이 적게 오길 바라면 됩니까"라고 글을 남겨 사실상 당 지도부를 겨냥해 쓴소리를 남겼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상당기간 조기 전당대회 등을 포함해 당의 생존을 위한 출구 찾기 전략을 세우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까지 잔칫집 분위기가 계속 됐다. 이날 아침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손학규 대표가 의원총회장에 들어오자 앉아 있던 의원들은 다들 일어나 박수로 손 대표의 입성을 환영했다.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농담 섞인 축하인사를 건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학규 대표에게 직접 국회의원 당선 배지를 달아주었다. 이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박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수 분동안 손을 맞잡고 있었다. 옆에 있던 박선숙 의원은 "두 분이 저러다 사귀는 것 아닌 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참석한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손 대표는 "재보궐 승리는 당의 승리가 아니라 야권연대의 승리이고 국민의 승리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정권교체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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