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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상>

CKwon 2010. 8. 31. 22:55

지난 2004년 배전 분할로 시작된 전력산업 구조 개편 작업이 최근 통합의 고비를 넘어 경쟁 체제 유지라는 현 틀을 지키는 선에서 1단계 정리됐다. 기타공공기관이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5개 발전사를 시장형 공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운영·지배·평가관리체제의 일대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여전히 진행형인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파장과 변화 방향을 3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내년 1월 1일을 시행 시점으로 못 박은 지식경제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칼을 대긴 댔는데 “기존과 바뀐 게 없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리하고, 통합하고, 바꿔야 할 일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의지다.
 
연말까지 이뤄질 세부 개편 작업은 그야말로 각 주체들의 사활 전쟁 양상을 띨 것이다.
 
한국전력은 통합에도 실패하고 경영 및 평가 지휘권마저 정부에 내주면서 발전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와 논리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내 놓고 정부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이사회 발언권, 신규 투자 결정 등의 합법적 지위를 활용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다.
 

   


5개 발전 자회사는 이제 경영 평가의 칼자루가 정부 손으로 넘어가면서 더더욱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게 됐다.
 
지금까지는 한전이 평가를 해 오면서 나름대로 ‘집안사람’ ‘한 식구’의 개념이 통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평가권을 행사하면서 성과와 실적에 따라 완전히 객관화될 수밖에 없다.
 
평가위원들도 전력산업 전문가들이기보다는 민간 시장 전문가, 학계를 중심으로 구성될 공산이 커 발전사의 두려움은 더욱 깊다.
 
발전사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막말로 최하위라고 하더라도 5등이었지만, 앞으로는 전체 공기관 내 20등이 될 수도, 30등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며 “발전사 수익 경쟁이 자칫 저질탄 등 저가 연료 사용을 부추기는 악영향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도 “어차피 발전소 간에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수익성을 높이는 데 경영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평가 중심의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전력산업 전체 그림을 보고 추진하는 전략은 약해지거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한 발전사 간부는 “예전엔 연료 구매선 확보 전략, 신규 투자 등 모든 부분에 대해 한전의 깊숙한 간섭이 있어 왔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발전사들이 자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하는 선택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 받기 때문에 일은 힘들겠지만 보람을 찾을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도 한전 나름의 생존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세계 시장에서 원전 수출 등의 성과를 내기 위해 글로벌 전력기업과 전면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발전사들을 잘 관리하고 한수원과 힘을 보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첫 수출하는 성과를 내기까지 했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 더 큰 일을 벌이고 따내야 할 입장이다.
 
이번 개편으로 한전의 ‘국내용’ 역할과 카드는 사실상 없어졌다. 해외에서 원전 수출과 자원 개발이라는 큰 그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한전도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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