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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팔레스타인 소년 사살…” 이스라엘군 양심고백

CKwon 2008. 4. 29. 01:59

11살 소년 사살, 한밤중 민가 수색, 수갑 채운 포로 학대, 이유 없는 감금과 구타….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아랍계 주민들에게 온갖 가혹행위를 일삼아왔다는 이스라엘 전역 군인들의 폭로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시민단체인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는 2005~07년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전역 군인 39명이 복무 기간 중 직접 가담했거나 목격한 '반복적인 폭력'에 대한 증언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고 미국 일간 <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 > 가 25일 보도했다.

전·현직 군인 500여명으로부터 확보한 증언들의 일부로, 가혹행위를 자행한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이를 직접 증언하기는 처음이다.

이 증언들을 보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민가를 점령해 일가족을 한 방에 가둔 뒤 집 전체를 작전캠프로 사용하고 항의하는 군중에 발포했다. 무기 수색을 구실로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민가에 들이닥쳐 온 집안을 뒤집어놓는 정기적인 '심야 작전'도 있었다.

2000년 2차 인티파다 직후 창설된 헤브론 전담 부대 출신의 도론 에프라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는 이유로 부대원들이 총격을 퍼부어 11살 짜리 소년을 포함해 여러 명을 사살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그 일에) 기분이 안좋았는데, 대다수 동료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 일은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한 병사는 당나귀를 부리면서 채찍질을 하던 팔레스타인 농부를 붙잡아 당나귀처럼 올라탄 뒤 '같은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의 예후다 사울 사무국장은 "가증스런 가혹행위들을 증언한 병사들은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 그들은 법적인 처벌, 또는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전투행동수칙을 규정하는 엄격한 도덕적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군 정책 담당자는 "우리는 익명의 증언은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폭로를 주도한 전역 군인들은 '야만적 폭력'의 일부는 이스라엘 군당국이 모니터링하는 감시카메라에도 찍혔지만 조사받거나 기소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예후다 사울 사무국장 또한 헤브론 부대 출신으로, 2004년 6월 의무복무를 마친 직후에도 이스라엘군의 가혹행위를 폭로하는 사진전을 열고 군 동료들의 증언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실험삼아 최루탄을 쏘아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 뉴욕타임스 > 는 "(문제가 커지자) 이스라엘 군 당국이 비디오 테이프를 압수하고 폭로를 주도했던 전역 병사 5명을 소환조사했다"며 "군이 자신들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병사들의 주장을 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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