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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 ‘민의 수렴’ 너무 다른 한-미

CKwon 2007. 3. 14. 11:5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이 20일도 남지 않아 두 나라 정부의 대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두 나라 정부가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자국 의회나 국민들을 상대하는 모습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미국 협상단은 협상이 막바지로 갈수록 의회나 업계에 휘둘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의회·업계가 강경해서 안 된다”, “법개정 사항이어서 의회가 들어줄 리 없다. ” 미국 협상단은 한국 쪽 핵심 요구에 늘 이런 주장을 펴며 난색을 표명했다.

 

 

김종훈 우리 쪽 수석대표도 “웬디 커틀러(미국 협상단 대표)는 민주당이 다수석이 된 의회로부터 심하게 압박을 느끼고 (무역대표부의) 수전 슈워브 대표도 의회에서 엄청 깨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콧 퀴전버리 미국 섬유협상 고위급 대표는 8차 협상 뒤 “의회·업계와 재협의한 뒤 협상하자”며 눈치보는 처지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섬유산업연합회의 한 팀장은 “정부가 협상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협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 논리로 우리 언론을 설득하려는 사례도 자주 있다. 김종훈 대표는 한국의 자동차 배기량 세제나 기술표준 등 비관세 장벽을 ‘차별적’ 요소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표현이다. 그는 또 지난 12일 8차 협상 끝난 뒤 브리핑에서는 방송 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측 입장에서 보자면” 이라는 전제를 깔면서 길게 얘기했다. 한국의 제도가 미국업체의 투자 기회를 제한하고 한국 진출을 제약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방송의 특수성과 같은 우리 쪽 중요한 논거는 아는지 모르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쪽 핵심요구의 하나인 전문직 비자쿼터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민법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라며 협정문 반영이 어려움을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8차 협상 논평에서 “우리 협상단은 미국 주장과 관련해서는 ‘법 개정 사항이어서 어렵다’는 등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한국에 전달하면서도 (우리 법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협정 타결 뒤 법개정을 고려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양국 협상단의 이런 엇갈린 태도가 앞으로 본격화할 대내 협상에서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은 협상단이 협상과정을 수시로 의회에 보고하고 협의하도록 무역촉진권한(TPA)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도 대통령 훈령의 ‘에프티에이 절차규정’에 따라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진행 상황을 국회에 보고하게 돼 있으며, 협상이 타결된 때는 국회에 통보하고 국민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처리 지침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다. 이런 허점 때문에 이르면 5월 발효 예정인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정부가 15차례 협상하면서도 한차례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협상 타결 뒤에도 한국은 국회로부터 마지막 절차인 비준 동의를 받기 전까지 오래도록 협정문을 국회 등에 제출할 법적 의무가 없다. 반면에 미국은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상·하원에 통보하고 무역위원회와 자문위원회에는 협정문을 제출해야 하며, 자문위는 한 달 안에 의회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우리는 통상 협상을 국회와 충분히 협의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통상절차법(가칭)을 만들어 협상단 대표 선정부터 협상 과정까지 국회와 협의할 틀을 만들어야 통상관료의 일방통행식 협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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