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MBA도 회사서 지원 인재 양성 … 규율은 '군대' 분위기는 '가족'
발전 회사여서 회사 분위기가 딱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입사 3년차인 기획부 김지원씨는 "힘든 일이 있으면 내 일을 제쳐 두고 발 벗고 도와주는 끈끈한 정이 우리 회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근무 환경이 좋아 한번 입사하면 퇴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엄격하지만 선후배 관계는 끈끈=국가 기간산업인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는 회사인 만큼 항상 '안전'이 강조된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되는 만큼 규율은 엄격하다. 경북 월성.울진, 경남 고리, 전남 영광 등에서 지방근무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노하우와 경험을 전해주는 게 관례화됐다. 지난해까지 전남 영광발전소에서 근무한 김상조 대리는 "출근은 선배 먼저, 퇴근은 후배 먼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배들이 솔선수범한다"며 "가족끼리 왕래도 잦고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신입사원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멘토(후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동호회 활동을 장려해 회사 안에는 200여 개의 동호회가 있다. 국궁.윈드서핑.그룹사운드.색소폰.스킨스쿠버 등 이색 동호회도 적지 않다.
◆'꿈은 이루어진다'=한수원의 특징 중 하나는 두뇌가 많다는 것이다. 72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석.박사와 기술사 등 고급 기술인력이 1000여 명에 달한다. 원자력산업 자체가 첨단 기술이 필요한 곳이어서 한수원은 인재 양성에 공을 많이 들인다.
배우려는 열정만 있다면 국내외 석.박사 과정은 물론 해외 경영학석사(MBA) 및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밟을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한다. 순환근무가 원칙이어서 기술직군도 홍보.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할 기회가 있다. 신입사원 교육은 40주 동안 이어진다. 실무에 투입된 뒤에는 직무교육뿐 아니라 외국어.리더십 강좌 등을 열어 직원들의 역량을 높인다. 온라인 교육, 전화영어교육, 컴퓨터 교육은 매달 한다. 자발적인 참여자에게 고과 포인트와 함께 상품권을 준다. 이 때문에 2개 이상의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이 꽤 많은 편이다.
◆면접에선 '사명감'을 본다=입사 자격 장벽을 없앴다. 학력 제한이 없고 서류 전형도 폐지했다. 또 신입사원 채용 시 국가유공자.장애인.여성인력을 일정 부분 뽑는다. 지역공동체 경영을 기치로 내걸어 발전소 주변 지역 응시자에겐 가점을 준다. 여직원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나 여성의 근무환경은 다른 회사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회사를 다니며 둘째를 출산했다는 업무혁신실 전혜수 과장은 "일반 기업과 달리 입사와 승진에 차별이 없고 출산휴가 등도 철저하게 보장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30명 안팎의 여성인력을 채용한다. 채용절차는 1차(전공 및 상식 필기시험)와 2차(논술.면접.어학.인성.적성검사)로 나눠 이뤄진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신체검사와 신원조회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가 결정된다. 상식시험에서 시사문제가 많이 나온다. 논술은 매년 이슈화되는 내용을 정리해 한자를 조금씩 섞어 쓰는 것이 좋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면접은 개별면접과 집단면접 두 가지가 있다. 지원 목적.직업관.교대근무에 대한 생각 등 일반적인 질문을 하고 가끔 응시자에게 노래를 부르라는 주문도 한다.
홈페이지 등에서 미리 한수원에 대한 기본 사항을 알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원자력발전소의 특성상 사명감이 강하고 믿음직한 인재를 선호한다.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이제호 과장은 "튀는 대답보다 차분하고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얻는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신입사원
원자력이 뭐 무섭다고
"에너지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인 요즘 그 중심에 서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지난해 4월 한국수력원자력에 입사한 변일미(29.사진)씨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현재 경북 월성 원자력본부 계측제어부에서 발전소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포항공대 대학원을 다니던 중 건강문제로 학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또래 여자 친구들에 비해 사회 진출이 늦어진 이유다. 그러나 그는 "늦은 만큼 남다른 경험을 많이 했는데, 그 경험들이 면접에서 도움이 많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할 때 그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다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논술 준비를 위해 신문열람실에서 신문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한수원을 포함해 세 곳의 공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고민 없이 한수원을 선택했다. 이왕이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단다. "여자로서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게 무섭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심재우 기자<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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