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직접 피해 지역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92km²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을 포기했다. 방사선량이 50mSv(밀리시버트·이하 연간 누적치)가 넘어 현재의 오염 제거 기술로는 방사선량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준치인 20mSv 이하로 낮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여의도 면적의 약 11배에 달하는 땅이 버려진 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방사능 오염 제거 주무부처인 환경성은 27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피폭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 계획을 발표했다. 지상 1m 높이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에 따라 '피난지시 해제 준비구역'(20mSv 이하), '거주 제한구역'(20mSv 초과∼50mSv 이하), '귀택(歸宅) 곤란구역'(50mSv 초과)으로 나누고 50mSv 이하 지역은 2014년 3월까지 주거 가능 기준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50mSv가 넘는 고농도 피폭지역은 방사선량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오염 제거 작업을 단념했다. 귀택 곤란구역은 사고 후 주민 대피가 이뤄진 직접 피해 지역의 3분의 1에 이른다. 현재 원전 사고로 대피 중인 6만 가구 중 상당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방사성물질 오염 정도에 따라 마을이 3등분 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한 촌장은 "오염 정도에 따라 일부 주민만 돌아가도 좋다고 해봤자 지역사회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해 오염 제거 가능 지역과 불가능 지역을 다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성은 원전 사고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을 우선 2년 내에 절반으로 줄인 뒤 장기적으로는 사고 이전 수준인 연간 1mSv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사람이 살 땅으론 회복 못해"… 결국 死地로 ▼
이에 따라 환경성은 7월부터 본격적인 오염 제거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효과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 제거는 도로나 지붕에 세제와 물을 뿌리거나 오염지역의 토지 표면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구석구석에 끼어있는 방사성물질까지 씻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방사선량은 떨어지지 않는다. 원전 전문가들은 오염 제거 작업으로 낮출 수 있는 방사선량은 10%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성 간부조차 "몇 번이고 오염 제거를 해도 효과는 한정적이다. 자연적으로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방사성물질 제거에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오염 제거 작업으로 나온 오염토의 보관 장소를 찾는 것도 문제다. 환경성은 오염토를 귀택 곤란구역에 임시 보관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또 오염 제거 작업에 필요한 3만여 명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작업원의 피폭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주민대피 지역인 후쿠시마 시 도미오카 마을을 현지 취재한 CNN방송은 마을 내 편의점에는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쇼핑센터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버려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마을로 연결되는 철도는 열차들이 다니지 않아 잡풀로 뒤덮여 폐허가 된 듯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CNN은 "시간이 완전히 멈춘 듯 유령도시를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을 사고 이전 수준인 연간 1mSv 이하로 낮추겠다고 장담하지만 이를 믿는 주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5대째 도미오카 마을에서 살아온 농부 마쓰무라 나오토 씨(52)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나 도쿄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서 진짜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르고 있다"며 "정부가 농부에게 자식과도 같은 가축과 애완동물들에 대한 보호책은 전혀 내놓지 않은 채 사람만 나가라고 한다. 차라리 고향에서 죽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오염 제거 작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생활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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