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5일 서울 한국전력 본사 11층 대회의실에 김중겸 한전 사장과 6개 발전자회사 사장을 전원 소집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변전소와 원자력발전기 고장 사고 때문이다.
취임 후 얼마되지 않아 터진 발전소 사고에 홍 장관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울진 원전의 경우 실무자가 밸브를 덜 조여서 벌어진 사고”라며 “이 작업에 고위기술자가 참관토록 한 규정마저 어겼다.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장관은 “불가항력적 이유라면 모르겠지만 직원 실수로 발전소나 변전소가 고장난다면 당사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군기를 잡았다. 그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설비 점검을 맡기겠다. 이들의 조사에 철저히 응하되 그렇다고 점검 대응 때문에 업무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발전사 사장들은 반대쪽 책상에 일렬로 앉아 굳은 표정으로 장관의 ‘경고’를 듣고만 있었다. 회의 소집의 빌미를 제공한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죄송합니다. 고리 원전도 2~3일 안에 정상 가동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입도 열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한 화력발전사 사장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주면 직원들이 안할 실수도 하게 될까봐 염려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홍 장관은 “기관장들이 책임지고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인센티브를 조절해가며 운영하라”고 일축했다.
한전이 동절기 전력대란을 빌미로 전기료를 올린 뒤 곧바로 정전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전력당국은 코너에 몰렸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달 홍 장관이 취임한 후 처음 방문한 현장이 전력거래소와 한전이었다”며 “장관이 그만큼 관심을 보였는데도 대형 사고가 두 건이나 터진 것은 일종의 기강 해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회의는 장관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지난 6일 울산 석유화학단지 변전소 고장과 최근 원전 2기의 고장 책임을 묻기 위해 발전 공기업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경부 공무원들과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설비운영 실태 점검에 나선다. 홍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전력설비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대대적인 운영 실태 점검을 벌여 이달 중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예비전력은 한때 418만㎾로 떨어졌다. 400만㎾ 이하가 되면 전력수급 비상상황이다. 전력거래소는 약정된 기업에 대한 긴급 수요 감축에 돌입해달라고 한전에 긴급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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