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1호기 이어 고리 3호기도 가동 중단]
제2 '9·15 정전사태' 우려 낳는 3가지 징후
①혹한기가 다가온다 - 1도 하락때 60만㎾ 소비 늘어… 영하 10도면 예비전력 바닥
②이달 5차례 발전소 고장 - 발전기 핵심 설비 등 이상, 사흘에 한번꼴로 멈춘 꼴
③원전도 발전 한계상황 - 21기 중 현재 5기 가동 못해 또 고장땐 전력공급 치명적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14일 오전 8시 36분 터빈 발전기 이상 신호로 가동을 멈췄다. 전날 울진 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발전을 중단한 데 이어 12시간 만에 또다시 원전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이달 들어 원전을 포함한 발전소의 발전기 고장은 벌써 다섯 차례나 반복됐다. 연중 최대 전력 소비가 발생하는 1월 중순을 앞두고, 또다시 '9·15 대정전'과 같은 재앙이 발생할지 모르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①영하 10도에서 원전 고장 났다면…
14일 아침 고리 원전 3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95만㎾ 규모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예비 전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가게·식당이 영업을 시작하는 오전 10시쯤에는 올겨울 최저인 550만㎾까지 떨어졌다. 예비 전력은 400만㎾ 이상이어야 안정적이다.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비상 대책이 시행된다. 이날 10시쯤 서울 지역 기온은 영상 0.4도에 불과했지만, 예비 전력은 500만㎾대까지 하락했다.
섭씨 1도가 떨어지면 전력 사용은 60만㎾ 정도 늘어난다. 이번 원전 고장이 영하 10도의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 발생했다면 예비 전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지난 9·15 대정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②12월 사흘에 한 번꼴 발전기 고장
지난 12일 한국전력의 6개 발전 자회사 사장들은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다짐하는 결의 대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틀 만에 원전 2기가 연이어 고장 났다. 12월에 불시 고장으로 멈춰 선 발전기는 5건이다. 지난 8일에는 울산 화력발전 5호기(40만㎾)가 동절기를 맞아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들어갔지만 4시간 만에 가동이 멈췄다. 발전기 핵심 설비인 고압 터빈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연말이나 돼야 재가동이 가능하다. 보령 복합 1호기(45만㎾)와 호남 화력 2호기(25만㎾)도 6일과 7일 고장으로 멈췄다. 가동 중단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전력 사용이 많은 오후에 3~6시간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6일에는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울산 용연변전소 설비 고장으로 울산화학단지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1000억원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③원전 1기 고장도 치명적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31%를 차지하는 원전은 모두 21기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2기는 고장으로 멈췄고, 울진 4호(100만㎾)·5호(100만㎾), 월성 4호(70만㎾) 등 3기는 정비 때문에 가동을 못하고 있다. 5기의 발전 용량을 합치면 460만㎾에 이른다. 이는 약 150만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보통 원전 1기당 발전 용량은 화력발전 2~3개에 해당하는 100만㎾에 달해 겨울철 빠듯한 전력 상황 속에 원전 1기 고장은 전체 전력 수급에 치명적이다. 13~14일 원전 2기가 한꺼번에 고장이 나면서 전날 12%에 달하던 전력 예비율은 8%로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 원전 이용률은 90%가 넘는다. 전 세계 평균 이용률(80%)보다 10%포인트 높다. 이는 원전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원전의 추가 발전 여력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비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2월 말까지 계속되는 겨울철 전력 비상 대책 기간에도 원전 7기를 정비할 계획이다. 올겨울 전력난을 감안해 지난 10월 정비 일정을 재조정해 최소화한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정기 정비에 들어간 울진 4호기는 한 달 남짓 정비 예정이었지만 막상 뜯어보니 부품 손상이 심해 내년 4월까지로 연장됐다. 13~14일과 같은 불시 고장이 나거나 울진 4호기처럼 정비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언제든 9·15 대정전 사태는 재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UAE 원전수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석우 "전력사고, 분명히 책임 묻겠다" (0) | 2011.12.15 |
---|---|
지경위원장 "예비율 5%, 당장 오늘 전력 걱정" (0) | 2011.12.15 |
주요국 原電 계속 증설 (0) | 2011.10.05 |
IAEA 안전플랜과 원전 리더십 (0) | 2011.09.30 |
전력대란 재발 막으려면 (0) | 201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