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늦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줄지 않더니 결국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수요예측 실패로 인한 사고로 알려지긴 했지만 근본적으론 우리 전력 예비율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원전의 효율성이 부각되고 있다.
6개월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 한동안은 원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팽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전체 원전에 대한 정부 · 민간의 합동 점검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이 다시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문제를 과대포장해 부정적인 주장을 펴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유럽 국가 중 선진 경제강국으로서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와 독일의 최근 에너지믹스 정책은 우리의 에너지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지난 7월,2022년까지 원전 17기를 폐쇄하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로 했다. 언론에선 원전 탈출에 따른 소요 비용이 연간 35억유로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독일 전기요금은 원전 폐쇄에 따라 대폭 인상이 자명한 사실이며,그 부담은 국민과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지난 3월15일 노후 원전 7기의 가동을 중단한 독일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0.1%로 전 분기 1.3%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이는 원전 중단에 따른 전력 수입량 증가가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71%,화력 22%,수력은 8% 등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차세대 원전 개발과 원전 가동률 향상 및 안전성 강화에 40억유로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기존 원전 진흥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 자국 내 신규 원전 건설 및 수출을 정책적 차원에서 적극 지원키로 하는 등 미래 국가 전략에서 원자력을 주요 수출품으로 육성키로 결정했다.
두 나라의 상반된 원전 정책은 양국 기술 개발 수준 및 산업구조와 관련이 깊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자유롭게 원자력 노형을 지속적으로 개발,프랑스전력공사(EDF)와 아레바 등 기술력 높은 전력회사를 보유하고 있고,이를 통해 원자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택했다. 독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전 기술이 낮고 장기간 건설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지멘스 보쉬 등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선두 기업에 투자를 집중,향후 글로벌 마켓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선의 전략적 에너지믹스는 각 나라가 처한 에너지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결정된다. 절대적 에너지 빈국인 우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과 원전 건설사업 능력을 인정받아 에너지 자립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에 더 힘을 모아야 한다.
신현식 < 한국수력원자력 파리사무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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