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출

[원자력 새 장을 열자 .3] 프랑스가 원자력을 포기않는 이유

CKwon 2011. 9. 22. 11:16

 

 

프랑스 노장슈르센은 노장 원전과 접한 지역으로 마을 중심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3㎞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원전과의 공존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노장슈르센 시가지 뒤편으로 3㎞ 떨어진 노장 원전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프랑스에서 원전은 수출 효자상품

 

미국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미국과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1980년대에도 프랑스는 국가 주도로 원전 개발을 강력히 추진했다. 여기에는 70년대에 불어닥친 오일쇼크로 석유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의도가 한몫을 했다.

 

프랑스의 원전은 미국(104기)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번째로 많은 58기에 이른다. 하지만 프랑스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2010년 말 기준)로 가장 높다. 원전 폭발사고 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오히려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높인 결과다.

 

미국은 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30여년이 지난 2010년에서야 신규원전 건설에 착수한 반면, 프랑스는 대부분의 원전을 77년부터 2000년 사이에 완성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프랑스의 원전정책과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원전을 에너지 자립도 향상과 환경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5년 신에너지법을 제정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기간 원전으로 원자력발전의 지위를 유지하고, 이를 위해 제3세대 원자로인 EPR(유럽 표준 가압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설비용량의 감소를 막고, 2035년 이후로 예정된 제4세대 원자로가 상용화될 때까지의 공백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30년간 추진된 전략적인 원전정책으로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도는 73년 23%에서 2007년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프랑스의 전력 생산비용은 주변 국가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영국·독일·이탈리아 등으로 수출해 연간 30억유로(한화 4조6천5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원자력을 청정한 신재생에너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 원전과 반핵단체가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을 화석연료인 동시에 고갈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원전을 통해 지난 20년간 3천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 전력생산량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9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자국의 원전 수출전략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프랑스는 원전 강국이며, 원전 수출국이다. 2009년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과 경쟁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자, 프랑스는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을 정도다.

 

중국과 인도 등 경제지표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현재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이 유일하다. 이 두 나라가 2030년까지 건설할 원전의 설비용량은 약 5천만㎾로 예상된다. 100만㎾급 원전 50기 규모다. 이같은 원전 시장은 줄잡아 200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황금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프랑스의 속내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달리, 원자력발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도 높다. 77년부터 가동된 프랑스 최고(最古)의 노후원전인 페세엥 원전의 경우 지진 발생지역에 건설돼 있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반핵단체 회원 800여명은 지난 4월 노르망디에서 2007년 착공된 플라망빌 원전의 건설 중단을 요구하면서 현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체르노빌 참사 25주년을 맞아 프랑스 반핵단체 회원 수천명이 지난 4월25일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의 분위기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각국의 원전정책에는 세 가지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신흥개발국은 원전 확대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독일과 스위스 등은 원전정책을 포기하거나 유보하기로 했다. 영국과 벨기에 등은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한 뒤 원전 건설 및 가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모두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 하는 데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가 가장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24일자 기사에서 프랑스가 일본의 원전사고를 자국에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는 자국이 개발해 가동하고 있는 원자로가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원전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연간 30억유로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종목인 데다, 2013년부터 강화되는 기후변화협약에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원자력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다뤘다.

 

프랑스가 원전정책을 유지한다고 해서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녹색당은 원전정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주장했으며,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페세엥 원전의 폐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의 원전에 대한 인식도 작지만 변화가 있었다. 노장(Nogent) 원전과 인접한 노장슈르센에 자리한 원자력지역정보위원회(CLI)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전에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는 50여명이 참석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1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프랑소아 부루넷 CLI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프랑스에서도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원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 뒤에 설명회를 연 결과”라고 말한 뒤 “프랑스전력공사(EDF) 직원과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 관계자가 전문가로 초청돼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설명을 했으며, 주민들이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프랑스 정부부터 원전 인근 주민에 이르기까지 원전에 대한 정책이나 인식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원전이 자국의 중요한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인 것은 물론, 자국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프라란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5월3일 열린 원자력산업 지지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원자력산업 포기는 중세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가정용 전기요금이 4배 인상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며, 플라망빌 원전의 건설 중단을 외치는 환경단체 대표들에게 “일본의 원전사고 때문에 프랑스의 국력이자, 자부심인 원자력을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이날 연설에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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