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거세게 불던 원자력 르네상스 바람은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일시에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탈(脫)원전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말 UAE 원전 수주를 기점으로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면서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국가 신성장동력인 동시에 지속가능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되었으나, 일본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이 반감되었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는 증가하고 새로운 원전 부지 선정 또한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그 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97%에 달하는 에너지원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했다. 또한 올해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대비 34.9% 증가한 1641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에너지경제원은 내다봤다. 또한 전기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 국내 전력수요는 연평균 4.9%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여, 현재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여 국내 총전력량의 약 36%를 원자력발전으로 공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확대한다는 에너지기본계획을 2008년 수립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에 걸맞게 친환경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데도 전력해야겠지만, 현재는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만큼 대용량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발전 시스템이 없다. 뿐만 아니라 좁은 국토에서 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 또한 쉽지 않다.
우리와 다른 결정을 한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지난 3월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교 민주당이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지역 선거에서 58년 만에 패배한 것과도 맞물려 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 풍력발전 산업이 발달되어 있지만, 이것 또한 소음과 환경피해 등으로 주변 주민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이번 일본의 사태를 보면서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인 원자력의 안전성 확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원자력계는 지난 4월 발전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원자력산업계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원전안전 최우선 경영 다짐대회’를 개최하고, 국내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신뢰 회복을 위해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앞장설 것임을 다짐하였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전 원자력 시설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원자력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첫 상업가동을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다. 발전소 운영은 물론 원자로 설계 및 제조, 핵연료 설계 및 제조 등 전 분야에서 국산화를 이룩하였고, 나아가 원천기술의 확보는 물론 우리의 우수한 원전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까지 이루어냈다. 세계적으로 원전산업계의 권위지인 ‘Nucleonics Week’가 상반기 발표한 국내 원전의 평균이용률이 91.2%를 기록하여 미국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여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이만큼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데이터로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신재생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원자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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