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원자력발전소 수주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이 우선협상권 자격을 이달 말로 상실할 전망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터키 원전 수주 가능성이 다시 열리게 됐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부 보증 문제 등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한국과의 협상을 중단했었다. 터키는 한국과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일본을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선정해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조건들을 협상해 왔다.
터키는 흑해 연안도시인 시노프(Sinop) 지역에 140만㎾급 원전 4기를 2019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올 초부터 3개월 시한으로 기초합의를 마치기로 하고 협상에 들어갔으나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시한이 연장된 상태였다.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정책을 둘러싼 일 정부 내의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지난 21일 “다시 한번 (원전의 해외수출을) 제대로 검증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탈원전’ 입장을 거듭 명확히 밝히고 나섰다. ‘탈원전’은 앞으로 일본이 대내외 에너지 정책을 원전 대신 풍력·태양광·조력 등 친환경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일 정부는 지난해 확정한 ‘신성장전략’에서는 “원전의 해외수출을 경제성장의 기둥으로 삼아 관민(官民)이 하나가 돼 (원전) 수주체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문은 “터키 정부가 일본과의 우선협상을 마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간 총리의 ‘탈원전’ 발언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일본이 실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라며 “우선협상권은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터키와 일본의 협상 결렬 움직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원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국과 터키의 원전 협상은 끝난 게 아니라 중단된 것”이라며 “전력가격 결정 문제와 프로젝트 파이낸스에 대한 보증 문제 등 의견이 갈렸던 이슈에 대한 양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터키로부터 원전 협상과 관련해 아무런 메시지를 받은 게 없다”며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터키 정부는 일본과의 우선협상이 끝날 경우 다음 달부터 한국·프랑스 등 다른 국가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이미 프랑스가 터키 정부에 큰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간 총리의 방향 선회에 반발해 “종전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게 전제조건”(에다노 관방장관), “계속 수출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가이에다 경제산업상)는 발언을 쏟아내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경제산업상은 이번 주 중 관료를 급거 터키로 보내 터키 정부를 상대로 설득을 시도할 계획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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