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두고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메르켈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022년까지 독일의 원전 가동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사르코지는 “원자력 에너지가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만큼 원자력발전을 그만두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도 이날 “프랑스 정부는 원전 폐쇄를 프랑스 미래의 대안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에릭 베송 산업장관은 “원전 덕분에 프랑스의 전력 생산 비용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40%나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의 원전을 유지할 뿐 아니라 시설을 확장할 방침이다.
프랑스는 전력의 4분의 3을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한다. 27개국으로 이뤄진 유럽연합(EU)이 갖고 있는 원전 143기의 40%인 58기를 보유한 원전 대국이다. 원전은 프랑스의 주요 수출품이기도 하다. 2008년 영국과 원전 4기의 건설 계약을 맺었다. 2009년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원전 건설을 위해 한국과 경합하다 탈락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사르코지는 “모든 원자력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하면서도 “원전 정책을 재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현재도 노르망디 북부의 플라망빌에 3세대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새 원자로는 항공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원전 확대 방침은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원전을 축소·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가운데 나왔다. 기독교민주당(CDU) 등 독일 집권연합은 지난달 30일 마라톤 협상 끝에 독일 내 17개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이전 사회민주당(SPD) 정권이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쇄 방침을 밝혔지만 메르켈이 이끄는 보수 연정이 집권하면서 가동 시한을 12년 연장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집권연합이 패하자 메르켈은 원전 때문에 졌다고 결론지었다.
스위스도 자국 내 5개 원자로의 폐쇄를 결정했고 이탈리아는 원전 도입 계획을 보류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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