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1호기 편법으로 수명 연장" 지적에 반박
"파괴검사 부적합 판정 후, 정밀진단으로 안전 확인…
비상발전기·방수시스템 등 지진·해일 대비가 더 시급"
가동이 중단된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영환(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고리 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 평가시 정부가 예외 규정을 적용해 겨우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전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안전점검을 책임지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정상적인 평가를 거쳐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자력 과학자들도 "수명 연장 결정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원전 수명 연장 결정 잘못됐나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당초 2007년까지 30년간 가동하도록 정부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원전 시설에 대한 보완 작업과 안전 점검을 거쳐 10년 추가 운영할 수 있도록 재승인을 받았다. 김 의원은 "수명 연장 과정에서 한수원과 KINS가 고리 1호기의 감시시편(監視試片)에 대한 '파괴검사'를 진행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자, 예외 규정에 있는 '비파괴 검사' 등으로 방법을 바꿔 겨우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감시시편은 원자로 안전성 검사에 사용하기 위해 원전 건설 당시 압력용기 안쪽에 붙여놓은 조각을 말한다. 김 의원 주장은 해머로 조각(감시시편)을 때려서 강도를 측정하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자, 초음파 검사로 대체해 검사 조건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당시 수행한 초음파 검사 등 비파괴검사가 더 정확한 첨단 검사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황일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환자의 심근경색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혈압을 재보는 것이 파괴검사라면, CT촬영을 하는 것은 비파괴검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KAIST 장순흥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도 "원자로 수명 연장 검토 당시 고리1호기는 오히려 한계치보다 안전성에 여유가 많은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KINS는 "당시 수행한 비파괴검사와 파괴인성검사 등은 미국 연방규제법을 준용해 만든 과기부 고시에 나와 있는 적법한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 '신고리3호기 안전합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5일 울산시 울주군 신암리에 건설 중인 신고리3호기 원자로를 찾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사진 맨 왼쪽)이 의원들에게 원자로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쓰나미 대비에 주력해야
고리 1호기는 원전 설계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2-LOOP PWR'모델이다. 미국에는 위스콘신주에 있는 케와니 원전 등 총 6기가 같은 방식이다. 이들의 설계수명은 40년. 이 중 4기는 이미 수명이 다했으나 20년 추가 운영 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2기도 계속 운전을 위한 인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같은 모델인 고리 1호기의 수명이 미국보다 10년 짧은 30년인 이유는 건설 당시 정부가 일본의 원전 관련법을 그대로 참고해 원전 수명을 30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공 교수는 "원전 안전은 엄정한 사실에 근거해 과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며 "김영환 의원이 사실을 너무 과장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한 논란보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국내 원전에 적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순흥 KAIST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처럼 디젤발전기가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 이동식 비상전원 공급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제무성 교수(원자력공학과)는 "비상발전기나 펌프에 물이 들어와도 견딜 방수(防水)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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