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전력 복구로 수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일본 내각부는 속시원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1원전 주변 방사능 수치가 다소 감소했지만 투입된 물 규모를 감안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나카시마 겐 교토대학 교수는 "애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주말에 제1원전 방사능 수치가 절반 가량으로 감소했어야 한다"며 "전력 복구까지 시간을 좀 벌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방수 전략이 집중된 3호기에서 격납용기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전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장 복구팀은 방사능 외부 유출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압력밸브를 개방해 내부 압력을 낮추는 작업에 돌입했다. 산케이신문은 원전 전문가 말을 인용해 "원전 내부 기계작동 검사와 배선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압력밸브를 개방하는 방식은 압력제어실에 물을 투입해 압력을 낮추는 방법보다 방사성 물질 노출 가능성이 최대 100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현지 복구팀도 안전 지역으로 대피해야 하고 전력선 복구 작업도 일시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일 오전 10시 30분 원전 인근 지역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원전에 지속적으로 여진 충격이 가해지는 점도 복구 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방위성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자위대 헬기를 이용해 1~4호기의 표면 온도를 측정했는데 잠정치는 모두 섭씨 100도 이하로 안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현장 복구팀은 22m의 무인 고층 사다리를 이용한 주말 방수가 냉각 기능을 하는 데 상당 부분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21일부터는 최장 58m의 사다리를 이용해서 대량의 물을 직접 주입할 수 있는 독일제 방수기기를 현장에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사고 전문가들은 비상 냉각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을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원전의 모든 시설이 살아 있지 않더라도 저압펌프와 열교환기 비상 냉각용 배관 등 주요 비상시설만 온전해도 냉각수 순환을 통한 원자로와 폐연료봉 저장 수조 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냉각수가 순환되면 원자로 내부에서 뜨거워진 물을 다시 식혀 집어넣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증기를 밖으로 뺄 필요가 없으므로 일주일 안에 방사선량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원전 중대사고 대처 설비개발을 담당하는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처장은 "일본원자력안전보안원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원자로 내부 압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기가 들어와 비상 냉각용 펌프와 열교환기(뜨거워진 냉각수를 다시 식히는 기기)가 작동하면 냉각순환 시스템이 돌아가고 방사성 물질 유출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최상의 조건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다. 만약 비상냉각 시스템이 고장났다면 외부에서 대체펌프를 배관에 이어야 한다. 전기를 이용하면 소방호스보다는 물을 공급하기는 비교적 수월하다. 이후 비상 시스템 설비 복구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전연구본부장은 "연결된 전력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냉각수 주입을 시도해볼 수 있다. 기기들이 바로 작동되기 어렵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은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복구를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와 상황 판단이 관건이다.
원자로 내부에 물이 없어 핵연료가 과열상태라면 갑자기 차가운 물을 넣으면 압력이 순식간에 높아지고 증기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물이 있는지 또 원자로의 압력조절밸브가 열려 있어 압력을 낮춰줄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찬물이 들어가 냉각할 때 압력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원자로 안의 핵연료를 성공적으로 식힐 수 있다.
만약 핵연료봉이 과열돼 있거나 원자로 내부 압력이 높은 상황인데, 이를 낮추기 어렵다면 원자로 내부가 아니라 외부를 식혀야 한다. 원자로에 갑자기 찬물을 집어넣으면 증기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외부 냉각 중에 원자로가 뚫려 핵연료가 누출돼도 증기 폭발 위험이 있다. 김무환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구조물이 무너지는 등 비상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복구에 따라 시간을 벌고 있는 만큼 (위기상황을)잡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전 내부 중앙제어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전원 복구로 중앙제어실 기능이 회복되면 원자로의 피해 상황 전체가 한눈에 파악돼 보다 효율적이고 정밀한 수습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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