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최후의 결단' 앞에 서다
[原電전문가들의 해법]
"결사대원이 배관 깨고 들어가 증기부터 빼내라…
방사선 나오겠지만 희생 각오하고 더 큰 피해 막아야"
방사성 물질 누출이 계속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에선 16일에도 도쿄 전력 직원들이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집어넣는 사투를 벌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3·11 대지진 이후 6일 동안 한결같이 이런 '점진적 대응'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대응이 한계에 부닥치고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자 일본 정부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감한 대책'을 모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막다른 상황에 몰린 일본 정부가 지금은 '작은 희생을 감수한 큰 대응'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대 이은철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지진 직후 막은 증기배관을 과감하게 깨고 들어가 격납용기 표면에 있는 밸브를 열고 내부에 가득 찬 증기를 빼내는 방법을 써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기가 빠지면 원자로 내부 압력이 내려가 바닷물 주입이 쉬워진다. 그러면 핵연료봉 온도를 낮춰 폭발 위험은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동반 누출될 수 있지만 이 교수는 "한 사람이 죽느냐 백 사람이 죽느냐 문제 아니냐"고 했다
서울대 황일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증기 배관을 바닷물을 넣는 새로운 통로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결사대원이 산소통과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배관에 들어가 토치(용접불꽃)로 격납용기로 가는 길을 막은 밸브를 잘라내야 한다. 증기 배관은 냉각수 배관보다 훨씬 커서 바닷물을 빨리 넣을 수 있다.
세 번째는 4호기의 폐연료봉을 물로 식히지 말고 아예 콘크리트로 덮는 방법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 박사는 "건물 틈으로 물을 넣기 힘들면 아예 콘크리트로 덮으면 된다"고 했다. 핵분열을 막을 붕산을 함께 넣고, 열을 빼낼 길을 만들어두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처음부터 이런 과감한 결단이 있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원자로를 버릴 생각으로 처음부터 바닷물을 집어넣었어야 했는데, 누구도 책임지고 결단을 하지 않아 천재(天災)가 인재(人災)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작은 희생'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큰 희생'을 막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원전 사태의 결말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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