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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들 스펙 챙기느라 전공은 뒷전”

CKwon 2009. 9. 1. 08:48

 

 

삼성전자 2006~2008 신입사원직무수행 능력 전보다 떨어져채용기준-전형 전면 재검토

‘전공 공부할 시기에 취직을 위한 외형적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 보니 직무 능력이 더욱 떨어졌다.’

삼성전자 부서장들이 2006∼2008년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2000명에게 내린 평가다.

삼성전자 인사팀은 신입사원의 직무 능력이 떨어진 원인 중 하나로 대졸 신입사원들의 전공 공부 소홀을 들었다. 인사팀 조사 결과 한국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대학생들이 대학 4년간 취득하는 평균 학점은 140학점. 이 중 전공학점은 79학점으로 전공 이수 비중은 56%였다. 이 같은 전공 이수 비중은 미국 전자공학과 졸업생 64%, 핀란드 71%, 인도 95%에 비해 뒤떨어졌다.

인사팀은 “한국 대학생의 경우 전공과목을 집중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3, 4학년 시기에 취직과 고시 준비 등을 위해 교양과목을 주로 수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2006∼2008년에 입사한 새내기 입사자들은 2000∼2004년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에 비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자질이 하락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개발 담당 부서장 중 51%는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새내기 입사자의 조직 적응성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또 부서장의 17∼18%는 ‘새내기 입사자들의 분석 기획력과 전공 지식이 더 하락했다’는 평가도 내렸다.

반면 부서장의 94%는 ‘새내기 입사자들의 외국어 실력이 과거 입사자에 비해 향상됐다’고 응답했으며 87%는 ‘컴퓨터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응답했다. 새내기의 외형적 자질 향상은 재학 시절 취직을 대비한 화려한 스펙 쌓기 덕분이라는 게 인사팀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자료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보낸 뒤 “대학 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를 막을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과부와 전국 대학 공대는 현실과 괴리된 연구 관행을 개선하고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체에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평가를 의뢰해 왔다.

새내기 사원에 대한 평가가 ‘취직에 대비한 스펙 쌓기’로 나온 이상 기업들도 채용기준과 전형방법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인사팀의 정금용 상무는 “새내기 대학생들의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기업들이 전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올 하반기 공채부터 면접과 시험 위주의 전형에서 인턴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입사 전형에서 토플(TOEFL)이나 토익(TOEIC) 점수 대신 실무회화 능력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교과부는 기업체에 필요한 대학생들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공대와 기업체가 참여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 17개 계열사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재 조기 발굴과 직무에 필요한 전공 지식을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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